잔디는 이미 오래전에 얼어죽은 것처럼 보였고 나무들은 앙상하게 가지만 남겨둔 채 떨고 있었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계속 걸었다. 저래도 봄이 되면 또 난리 나겠지. 나는 앙상한 나무들을 향해 혼잣말을 했다. 그 말이 마음에 들었다. 또 난리 나겠지. 우르르 살아나서…… 또 아름답겠지.- P103
나는 다시 전력 질주를 할 수 있을까.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도 또다시 뛸 수 있을까?- P147
나와 멀리 떨어진 죽음일수록 슬픔도 덜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그러나 묘비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든 그것이 묘비라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 목덜미를 차가운 손으로 쓱 쓰다듬는 듯한 서늘함을 느끼게 했다. 그래서 비록 내가 한번도 만나지 않은 사람이나 심지어 동물이라 할지라도 결국 미소는 지워졌다. 관람객들 누구나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죽음은 불시에 여기저기서 튀어나와 우리를 비탄에 빠지게 한다. 병마에 잠식당해 천천히 죽어가는 이를 겪게 함으로써 우리를 무기력으로 밀어넣는다.- P167
그들의 죽음은 너무 가까운 것 같기도 했고 또 한없이 멀리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자 사진이 더이상 무섭게 보이지는 않았다. 그들을 바라보는 베티 스미스의 시선도 처음과 달리 애틋한 느낌이었다.- P168
꼭 오늘이 아니더라도 마지막으로 내게 손을 들어 보이는 날이 오겠지. 그때가 되면, 나는 알까. 그게 진짜 마지막이라는 걸.- P1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