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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의 책 읽는 마음
  • 비밀구락부
  • 이화경
  • 16,200원 (10%900)
  • 2026-06-25
  • : 4,620


#한국소설 #비밀구락부 #이화경 #한길사 #서평단


* 최근 남편과 짧은 휴가를 다녀왔다.

휴가 이후 남은 체력은 0.

없는 체력에 무거운 몸뚱이를 이끌고

비가 오는 날, 뮤지컬을 한 편 보고 왔더니

무슨 짓을 해도 피곤이 풀리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한길사에서 받아본

'비밀 구락부'라는 책은 느리게 읽기에

제격인 책이었다.


* 곱씹고 싶은 문장들은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싶은 나의 마음과 손을 저지시켰고,

암흑의 시대에, 시대보다 더 어두운

삶을 살았던 이들의 언행은 칼날이 되어

나를 찌르려고 들었다.


* 열 살이 된 딸을 엄마가 팔았다.

그저 입 하나 덜겠다고 딸에게 묻지도 않고

해치우듯이 후딱 시댁으로 보내버렸다.

민며느리가 되어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소년을 남편으로 삼으며 살았지만

부모에게도 버림 받은 아이의 편은

그 어느 누구도 없었다.


* 그래서 도망쳤다.

겨울 밤 길을 달리고 달려 도착한 곳은

한 선교사의 집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아지는 경성에서

애란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가기 시작했다.


* 미스 엘리슨의 족보에도 없는 의붓딸로 들어가

그녀에게 영어를 배우며 지난날의 아픔을

씻어내는 듯했다.

하지만 선배를 따라간 '비밀 독서회'에서

그를 만난 이후로 그녀의 삶은

결코 평온하다고 할 수 없는 인생이었다.


* 채현욱.

첫 만남, 첫 눈에 애란의 모든 것을 앗아간 남자.

그는 좌익 지식인이었고, 그의 신념은 애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결코 함께 할 수 없는 사람,

그러나 외면할 수 없는 사랑.

애란과 현욱, 주드와 에이든으로 변하는

화자들 속에서 독자는 그들이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자신의 이념과

사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 청년들을 마주하게 된다.


*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생각났던 말은

'이것은 나의 history이자 lovestory.'라던

미스터 선샤인의 대사였다.

사랑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기도 하고,

상대를 위해 목숨도 걸 수 있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휘몰아치는 전쟁과 정세.


* 책은 일제강점기 후반인 1930년대부터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 수립,

그리고 6·25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의 시대를 담아낸다.

사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수시로 변하는 화자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점에 어리둥절하기도 했다.

처음엔 제본 잘못된 줄ㅋㅋㅋ


* 하지만 어느새 이러한 변화는 적응되었고

나는 작가가 한 글자, 한 단어, 한 문장씩

꾹꾹 눌러서 쓴 그 마음들을 탐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제야 왜 이런 구성을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두운 시대에 만들어진 비밀 독서회,

그 속에서 책과 함께 어떤 만남을 이어갈지

궁금해서 신청한 책이었는데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마음 아픈 인연이었다.


* 단지 조선에서 태어난 여인이라는 이유로

아지, 애란, 엘렌, 애첩, 부르주아 탕녀 등

많은 이름을 가지고 살아야 했던 그녀.

작가는 그 당시 보통의 사람이었을 그녀를

섬세하게 그려내 독자에게 내보임으로써

그 시대를 살지 못했던 우리에게

그 깊고도 어두운 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 실존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성을 살렸고,

뛰어난 고증으로 어느 지점에서는 소설로,

어느 지점에서는 역사서로도 읽히는 책이었다.

한 남자를 가슴에 품고 'Go forward'라는 말을

길잡이 삼아 그저 살고자 했던 여인.

그렇게 나아갈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슬픈 생애.


* 사는데 '만약'이란 것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나 만약에 내세라는 것이 있다면,

그때는 배고픔을 모르는 아이이길,

그때는 넘치도록 사랑받는 철 없는 여인이길,

그때는 더 밝고 안정된 세상에서

지아비와 행복한 아내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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