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소설 #용궁장의고백 #조승리 #달
* 이 책을 선택한 건,
용궁장이라는 공간에 불이 났는데
모두가 행복해졌다는 문구 때문이었다.
건물의 불은 재해이다.
필연적으로 누군가 생명 혹은 재산의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행복해졌다니.
'용궁장의 고백'이라는 제목과
이 이야기의 연결점을 찾지 못한 채
책을 펼쳐들었다.
* 이 이야기는 일흔을 넘긴 어느
눈 먼 동료의 넋두리에서 시작해
기이할 정도로 평온한 장례식장에서
구상되었다는 작가의 말에
제일 먼저 물음표를 던졌다.
그리고 곧 나는 작가가 마련한
천륜이라는 굴레를 짊어진
그들의 생지옥과 마주했다.
* 눈이 멀게 태어나 온갖 구박을 받다가
결혼으로 인해 사랑받으며 사람답게 살았다.
하지만 남편이 죽고나자 두려움과
외로움이 겹쳤고 피붙이가 그리워졌다.
그렇게 찾은 가족은 생지옥이었다.
* 늙은 노모를 데려다 놓고
그저 널 위한 거라는 오빠,
아들이 자신을 여기에 버린 것도 모르고
그저 구박과 폭언을 일삼는 엄마,
그런 그들을 나몰라라 투명인간처럼
대하는 다른 형제들.
살아남기를 원했다.
그저 그 뿐이었다.
* 이처럼 책은 제목 그대로
'용궁장의 고백'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 설계자와 조력자 등
다섯 명의 화자는 각자 나름대로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들려준다.
*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고 있는 학대.
읽는 내내 진절머리가 났다.
그들의 행패에,
또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에게.
그들의 고백을 들었음에도 나는 그들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쉬이 말도 보탤 수 없다.
* 생지옥에 살면서 가까운 이의 죽음을
바라고 그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
또한 그들에게는 또 다른 지옥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가해자의
이야기에 헛웃음이 났다.
그래, 받는 애들은 끝까지 모르는 법이지.
그게 어떤 걸 짓밟고 너에게까지 갔는지.
* 세상에 당연한 희생은 없다.
그게 설령 부모 - 자식, 형제 자매지간이라 해도.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소설 속 일이 소설 속 일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이런
지옥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또 하나, 언제 나에게 닥쳐도
이상하지 않을 현실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노인의 장기적인 병과
지원을 더 받은 자식과 부모를 더 돌본
자식과의 유산 분배 등
지금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고,
나에게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 뉴스나 보도 매체를 통해
이 피해자들을 본다면 그들이 나쁠 것이다.
하지만 이 고백으로 나는 그들에게
어떤 비난의 말도 던질 수 없었다.
그들은 비로소 지옥에서 벗어났고
끝이 보이지 않은 감옥, 형벌과도 같은
삶에서 탈출했기 때문이다.
* 겉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책이었다.
실제로 나라면 어땠을까,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
마지막까지도 불안한 평온.
삶은 때때로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를 흔들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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