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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의 책 읽는 마음
  • 마담 흑조는 곤란한 이야기를 청한다
  • 무경
  • 13,500원 (10%750)
  • 2024-05-03
  • : 837


* 한 권의 책이 끝나면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며 책장을 살펴본다.
책태기에 들어가지 않게 전작과는
전혀 다른 장르를 고르는 편이다.
생각해보니 요즘 조선이나 경성 시대의
책을 읽은 적이 오래되었다.
그리고 이왕이면 추리소설이었으면 좋겠다.

* 그렇게 책장을 뒤졌다.
쌓아놓은 책탑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다.
그저 그때그때 끌리고 땡기는 책을 찾을 뿐이다.
그렇게 찾은 책이 '마담 흑조'이다.
맞아. 나 이 책 엄청 아껴놨었다.
언젠가는 읽으리라, 생각하면서도
책태기 극복이나 이 시대의 배경이 읽고 싶을 때
찾으리라고 꽁꽁 숨겨뒀던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이 그때다!

* 마담 흑조는 경성에서 '흑조'라는 다방을
운영하는 천연주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녀는 조선에서 알아주는 부호의 딸로
어린 나이에 화마에 휩싸이는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인해 그녀는 치명적인 병마와 싸우고 있었다.

* 천연주의 취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것은 이상하고
진상을 쉽게 알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였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흑조에서
손님들의 이야기를 듣고 답례로 뒤에 어떤 진상이
숨어있을지 들려준다.

* 그런 천연주가 지금은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타고 있다.
딸의 건강을 염려한 아버지 천민근은
동래온천의 물이 몸에 좋다고 하니
거기서 며칠 머물며 요양을 하라고
권했기 때문이었다.

* 그렇게 몸이 아픈 귀한 아가씨 천연주와
그녀를 수행하는 벽안의 야나,
오래 전부터 천연주의 시중을 든 강선생과 같이
동래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실은 것이다.
일등석의 기차여행이지만 이마저도
천연주에게는 쉽지 않았나보다.
부산을 목전에 두고 천연주는 기차 안에서
쓰러지고 만다.

* 그렇게 정신을 잃은 천연주는
앞에 앉은 이의 도움으로 예정했던 도착지보다
앞서 구포에서 내리게 되었다.
손 선생이라고 불리는 그 사람은 천연주가
몸을 추스릴 수 있도록 머물 곳도 마련해주었다.

* 정신을 차린 천연주는 대뜸 손 선생에게
'야시고개의 여우가 제게 탐정 일을 청했습니다.' 라고 얘기한다.
며칠 전 일본인의 집에서 기르던 죽은 개를
물어간 여우가 자기 자식들을 살리고자
꿈에서 자신에게 의뢰를 했다고 얘기했다는 것이다.
좀 황당하다. 몸이 아니라 정신이 아픈
여성이었나? 하고 의심해도 이상하지 않다.

* 하지만 창백한 얼굴에 날카로운 눈빛의 천연주를 본
손 선생은 그녀의 요청에 따라 이런저런 일들을 알아봐준다.
손 선생의 이야기만 듣고 사건의 진상을
알아맞추는 천연주의 모습은 첫 이야기부터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건강했을 때의 모습을 얼마나 아름답고
총명함이 철철 넘쳤을까 생각하니
그녀의 사고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 이처럼 마담 흑조의 이야기는
1928년의 배경 답게 일제강점기의
조선 백성의 삶도 잘 보여주었다.
추리는 추리대로 완벽했고,
일본인과 조선인의 관계와 그때의 시대의 분위기는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으로 독자가
알 수 있게 했다.

* 창씨개명을 한 부호의 딸이라는 이유로
그녀를 알아가기도 전에 만나는 선입견.
그리고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천연주의
모습은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누구보다 뛰어난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를 보면서
속이 다 시원하기도 했다.

* 정신없이 읽다보니 어느 새
마지막 장이었다.
딱 한 편만 더 있었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경성 배경에 재밌는 이야기.
어느새 마담 흑조의 팬이 된 것 같다.
마담 흑조의 다음 이야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길 조심스레 기대해 보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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