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위즈덤하우스에서 받아본 책이다.
서평단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는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찬호께이의 책은 13ㆍ67, 망니니인
딱 두 권 읽었는데 공교롭게도
딱 그 책 제목만 띠지에 소개되어 있었다.
* 전작을 통해 이미 찬호께이의 필력과
탄탄한 스토리는 알고 있었기에
더욱 이 책이 기대됐다.
두근두근 설레며 펼쳐본 책은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작가님의 서문을 지나 프롤로그로
나를 데려갔다.
* 숯불을 피워 자살한 남성의
시신을 수습하게 된 경찰.
딱히 이상할 것 없는 현장이었지만
최근 경찰과 시민의 사이가 좋지 않아
섬세하게 처리하는 중이었다.
울부짖는 노모 옆에는 이웃이라는
남자가 있었다.
* '그것'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냥 이렇게 평범한 자살 현장인줄 알았다.
옷장 속 20여 개의 원통형 유리병,
그리고 그 안에 들어있는 인간의 잘린
팔, 다리와 장기를 보기 전까지는.
급하게 형사가 투업되었다.
그들은 피해자가 최소 남자 1명과
여자 1명일 것으로 보고 있었다.
* 그리고 그들을 죽인 범인은
이 옷장과 방의 주인 셰바이천이며
수사를 통해 금방 사건의 진위가
판가름 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웃집 남자이자, 셰바이천의
오래된 친구라는 칸즈위안에게 들은
충격적인 한 마디.
"셰바이천은 은둔형 외톨이었어요.
20년 동안이요."
* 은둔형 외톨이가 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피해자와 접촉해 그들을 살해하고,
같이 사는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그들을 다시 집으로 데려온 방법을 찾아야했다.
정황상 누가 봐도 범인은 빼박 셰바이천.
단 하나의 용의자에 피해자는 둘.
그리고 불가능하게 보이는 범죄를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형사들까지.
* 놓칠 구간이 단 하나도 없었다.
중간 중간에 '망자의 고백'을 통해
독자가 몰랐던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 주는가 하면,
수사를 통해서 밝혀지는 사실을 통해
'이 사람이 범인이야!'하고 알려주는
솜씨가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 특히 독자는 작가를 이길 수 없다는
띠지의 문구에 격분해 도전장을 내밀었던
나는 그 격차에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나의 완패였다. 절대로 작가를 이길 수 없었다.
소설 속 작가도, 소설 밖 작가도 말이다.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반전을 볼 때마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역시 대단하다는 말만 나왔다.
* 책을 덮고 나서 '고독한 용의자'라는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그저 용의자가 단 한 명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는 왜 '외로운'이 아니라
'고독한'일까, 하고 생각해봤다.
쓸쓸하기는 둘 다 마찬가지일텐데 말이다.
* 세상에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타인의 관심에서 밀려나거나
스스로 고립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은 인간계 피라미드에서
최하위층이 되어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심지어 행방불명이 되어도
찾는 사람이 없어 생사도 모르게 되는 것이다.
* 어디선가 외로움을 즐기고,
고독과 친구가 되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이 진짜 외롭고, 고독한 이들에게
얼마나 상처가 되었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
굉장한 만족도와 함께
묵직한 숙제도 받은 기분이었다.
* 오늘은 왠지 세상에 외롭고,
고독하고, 아픈 이들이 잠깐이나마
평안해지길 기도하고 싶다.
부디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들이
외롭지 않길,
고독스럽고 고통스럽지 않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