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도 제목을 보자마자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골랐다.
'마지막 꽃'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책이 손에
들어올 때까지도 몰랐다.
그냥 표지가 너무 예뻐서,
꽃내음이 흩날리는 요즘 날씨에
읽기 딱 좋은 것 같아서 골랐을 뿐이었다.
* 대학만 졸업하면 번듯한 직장에
취직할 줄 알았던 마리는
오늘도 취직 시장에서 밖으로 내몰렸다.
서류 전형도 통과하지 못했다.
반지하 월세방에 남아있는 보증금도
간당간당해서 아르바이트를 늘려야만 한다.
* 어릴 적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형제도 없는 혈혈단신 고마리.
그런 그녀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영혼이 피는 꽃, 사혼화를 볼 수 있는 것.
어릴 적 엄마게게 듣기로 그 꽃은
소중한 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절대로
만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 그런 사혼화를 관리하는 곳인 귀화서에
인원을 뽑는다는 얘기를 들은 마리.
고민도 잠시, 처음에는 계약직이지만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마리는 귀화서의 면접을 봤다.
결과는 당당히 합격!
숙소도 제공되니, 이제 고마리의 인생에도
볕 들 날이 오나보다.
* 귀화서는 국장인 백선을 중심으로
사무관인 나문재, 서기인 윤시호,
장기 출장중인 자운영과
과장 김고본, 공양주 양순채,
근처 고아원 아이인 양하로 채워져 있었다.
사혼화를 볼 줄만 알았지,
그것을 찾는 이들이 어떤 마음인지,
귀화서의 일원으로서 어떻게 그들을
위로하고 다시 삶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몰랐던 마리는 서투름 투성이었다.
* 그렇게 고마리의 고군분투
귀화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 사람이 죽고, 미련이 남은 영혼은
꽃을 피워 빛이 난다.
그 빛을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이
알아볼 수 있게 하고 딱 한 번,
영혼의 형태로 딱 한 문장씩만
대화를 할 수가 있었다.
* 죽은 자의 미련과
산 자의 남겨진 마음을 모두
어루만져줄 수 있어야만 했다.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지 알아야만 했다.
* 사혼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향해 핀
사혼화는 알아보지 못한다.
신의 벌인지, 축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리는 부모님의 사혼화를 알아봤다.
* 사혼화를 만지면 몸에 나타나는 꽃의 흔적,
그리고 눈 앞으로 밀려드는 꽃의 기억을 통해
부모님을 알아본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는지는 모른다.
귀화서에 들어오고, 자신의 비밀을 밝히면서
마리는 자신이 지신의 후손일 수도 있다는 것과
엄마, 아빠가 핀 파란색 꽃은
소원을 들어주는 사혼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였다면, 이때다 싶어서 부모님을 만나
사랑한다 말하고 로또 번호도 물어볼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지 마리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부모님의 사혼수를 보관만하고 있었다.
마리는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이 힘을 어떻게
쓰게 될지 궁금해서 눈물 콧물 흘리며
끝까지 지켜봤다.
* 처음 사혼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자식을 잃은 부모'에게 진짜 이 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자식을 잃은 부모만큼 비통한 것이 또 있을까.
비록 여기에 나온 이야기는 씁쓸한 맛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부모의 마음'은 확인할 수 있었다.
* 형제 자매의 죽음, 부모 자식간의 이야기,
연인의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세상에는 가족 같은 친구도 있는 법이라
친구, 혹은 은인의 이야기도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다.
더불어 반려동물도.
사혼화가 인간에게만 허락 된 것처럼 보여서
조금 슬프기도 했다.
* 귀화서 사람들은 마리뿐만 아니라
모두 각자의 비밀과 고민을 안고 있었다.
고마리는 아직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고,
문재도 역시 아직 집에 가지 않았다.
묘한 기류를 풍기는 마리와 시호 사이도 그렇고,
양하의 성장도 더 지켜보고 싶다.
그래서 이건 후속작이 나와야만 한다.
* 이제는 좀 귀화서에 적응하고
선배미 뿜뿜 풍기는 마리의 모습이 보고싶다.
더불어 다음에는 찐한 우정이야기도,
반려동물과 주인의 이야기도 나왔으면 좋겠다.
눈물, 콧물 쏙 빼느라고 진이 다 빠졌지만
그래도 따뜻했고, 왠지 속도 좀 후련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