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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의 책 읽는 마음
  • 거짓의 봄
  • 후루타 덴
  • 14,400원 (10%800)
  • 2021-04-05
  • : 625



*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1년 중에
봄이 가장 바빠서 피어나는 꽃을
즐길 겨를이 없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3월이 되자마자 바빴다.
추운 걸 싫어해서 겨울에는 겨울잠 자는
곰 마냥 칩거 수준으로 지내기 때문에
봄이 오면 갈 곳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다.

* 올 해는 이상하게 4월에도 눈이 왔다.
눈에 얼어버린 벚꽃을 보며
올해도 꽃구경은 글렀구나,
하고 생각했다.
알레르기 때문에 잠도 푹 자지 못하고,
연달아 있는 집안행사들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목련은 지고, 벚꽃마저 떨어져 버렸다.

* 출판사 도장깨기를 진행하던 중이었는데
바쁜 일정 탓에 그것도 멈춰버렸다.
4월이 되면 다시 시작해야지! 했는데
4월도 어느새 중반을 훌쩍 넘겨버렸다.
어떤 책으로 도장깨기를 다시 이어갈까, 하던 중
나의 고민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블루홀6 피드에 봄 추천 책으로 이 책이 올라왔다.

* 그래!! 너로 정했어! 하고
부랴부랴 준비를 했다.
렌티큘러 카드를 보니, 이렇게라도
봄을 보는구나 싶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잠든지 2시간 만에 깬 새벽녘에 책을 펼쳤다.
총 5개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책은
매력적인 형사 가노 라이타와 함께였다.

* 우연히 외할아버지의 창고를 발견하고
그곳에 어린아이를 유괴, 감금한 남자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단편이지만 몰입도 높은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를 치는 리더 할머니,
장미를 훔치는 도둑, 노예처럼 자신을 부린다고
생각해 살의를 품는 친구 이야기,
전 여자친구이자 아이돌 성우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되는 작가까지.
모두 범인의 시선에서 서술된 책이었다.

* 특히 마지막 이야기는 형사시절 가노의
과거가 겹쳐 하나의 이야기에
두 개의 줄거리가 있는 듯 했다.
후속작을 먼저 읽었던 터라 그의 과거가
궁금했는데, 그걸 이렇게 확인할 줄이야.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노를 조금 더 자주,
오래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 5개의 이야기는 모두 범인의 시선에어
서술되기 때문에 그들이 범행을 일으키는
과정은 물론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을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
누군가의 옆에 오래 있고 싶어서,
자신의 부와 명예를 위해서,
자신의 자유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들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만한 욕망들을 품고있었다.

* 그 욕망에 휩싸여 범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을 저지르는가 하면,
어떤 이는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며
범죄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기도 한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린 봄처럼,
그들이 손에 쥐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손목에는 차갑고 번쩍이는 수갑만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제목이 거짓의 봄인건가, 싶기도 했다.

* 객관적으로 5편 모두 재미있었다.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까지
한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읽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아쉬워 하는 것이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꽃인지,
다시 잡을 수 없는 시간인지,
끝나버린 책의 페이지인지 잘 모르겠다.
그저, 이제 바쁜게 좀 덜하니
다음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하는
한가로운 고민 뿐이다.

* 출판사 도장깨기 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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