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지 4권의 완독이 끝났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된 작품의
1부가 끝난 것이다.
평사리의 한가롭고 풍요로운,
웃음 넘치던 장면을 시작으로
시작되었던 1부는 어느새 서희의
훌쩍 자란 모습과, 그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습으로 끝났다.
* 그동안 책을 읽으면서 큰 고비는 없었으나,
이번에 조준구와 김훈장이 마주 보고 앉아서
나누는 대화에 살짝 발목이 잡힐 뻔 했다.
대신들이 찍은 도장에 우리의 땅이 넘어가고,
무지한 백성들을 보며 눈물 흘리는 김훈장과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조준구의
모습이 대비되어, 몇 번이고 곱씹어 읽어봤다.
훈장 할배의 눈물에 전염이라도 되었는지,
어느 새 내 눈가도 촉촉해졌다.
* 훈장 할배와 조준구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책장을 넘기자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는 휘몰아쳐갔다.
길상을 사모하는 봉순의 마음과
불안함이 히스테리로 나타난 서희,
남성성을 지닌 길상의 모습도 보였다.
* 파렴치한 이도 있었고, 불쌍한 이도 있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처음 읽었을 때와는 느낌 자체가 아예 달랐다.
을사보호조약 체결과 함께 나라가 망했음을 실감했고,
우리가 뺏긴 것이 무엇인지 다시 헤아려 보았다.
* 갈수록 심해지는 조준구의 패악과 위세,
그리고 평사리 주민들의 담합과
눈치 빠르게 미리 몸을 숨기던 사람까지.
지금의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에
더 서러워졌다.
* 더불어 오랜만에 듣고 싶은 소식도 들었다.
별당아씨와 환의 소식도 들었고,
그들만큼이나 아픈 사랑 중인 용과 월선,
그리고 철면피 임이네와의 삼각관계까지.
어느 줄기를 따라 읽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볼거리가 풍성했다.
* 이제 평사리는 잠시 안녕, 하고
새로운 풍경으로 바뀌게 된다.
거기서 아이들은 더 자라날테고,
어른들은 늙어가겠지.
점점 더 많은 인물들이 나타나고
그만큼의 사람들이 죽어가고.
정말 우리네 인생과 다를 게 없는 소설이다.
* 읽다보면 늘 화딱지가 나서
욕이 조금 늘었지만,
그들의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꼭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