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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해서 일본 소설만 읽었더니
갑자기 영미소설이 땡겼다.
보기에는 꽤 두꺼워 보였는데
딱 내가 읽기 좋아하는 페이지 수였다.
머리도 식힐 겸, 잠시 읽어볼까? 했던
책은 결국 마지막 장을 덮고서 일어날 수 있었다.
* 짝사랑하는 션과 함께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셰이.
그렇다고 해서 그가 셰이의 애인이
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션에게 셰이는 그저 친구였고
그에게는 조디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 숫자들과 데이터, 그래프를 분석하는
시장조사원 셰이는 각종 통계 데이터
수집이 취미인 여자이다.
현재 그녀의 삶을 통계로 내자면
거의 처참할 수준이다.
해고로 인해 직장도 없고, 애인도 없다.
*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리며
조디를 질투하지만 션에게 티내지 않고
안으로 혼자서 삼킨다.
그런 셰이의 인생이 한순간에 뒤바뀌는
사건이 그녀의 눈 앞에서 벌어졌다.
우연히 지하철 역에서 자살하는 여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현장을 바로 눈 앞에서 목격한다.
*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지하철 환풍구 근처도 가지 못하는 셰이.
그녀는 그 지하철에서 죽은 여자의 이름이
어맨다 에빙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의 집을 찾아가 백일홍을 두고 온다.
* 이런 셰이를 지켜보는 눈이 있었다.
어맨다의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일까?
싶을 정도로 그들은 셰이를 지켜보며
어맨다가 셰이에게 무슨 말을 하진 않았는지
전전긍긍하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덫을 놓았다.
셰이가 스스로 그들을 찾아올 수 있게.
* 그들이 놓은 덫은 어맨다의 추모식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여자,
눈이 마주친 순간은 그녀가 죽기 전
딱 한순간 뿐이었지만 그래도 셰이는
그녀의 추모식에 갔다.
그리고 어맨다의 친구라는 사람들을 만났다.
* 빼어난 외모에 화려한 차림,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화술에 모든 것을
빼앗겨버린 셰이는 어맨다처럼 그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인다.
그래서 셰이는 아주 작은 거짓말을 했다.
어맨다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 하지만 그들은 셰이의 거짓말을 눈치챘고
셰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셰이가 꼭 필요한 순간에 구세주처럼
그 앞에 나타나 일들을 해결해 준다.
셰이는 그들과 교류하면서 좋은 일들만
가득 생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
* 직장이 생겼고, 션의 집에서 나와
혼자 머물 수 있는 집도 생겼다.
다만, 그 집이 죽은 어맨다의 집이라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었지만.
검은 속내를 감춘 채 셰이를 지켜보고
심리적으로 조종하려는 그들,
그런 그들의 속내를 모른 채
그저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두게 됐다며
행복해 하는 셰이,
그리고 과거 그들이 저질렀던 일까지.
* 짜릿한 심리 스릴러였다.
예전에 내가 가장 좋아했던 문구 중 하나가
'노을이 질 때 의자에 앉지 말 것.
그때의 의자는 모두 편하니까.' 였다.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주 오래도록 머리 속에 박혀있는 문구이다.
* 셰이의 인생이 노을을 거쳐
밤으로 떨어지려 할 때, 거짓말처럼 나타난
화려하고 편안해 보이는 의자.
그래서 셰이는 정신없이 그들에게 빠졌었나 보다.
셰이를 조종하고, 그들이 원하는대로
다룰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하는 그들의
모습도 짜증이 났지만 휘두르면 휘두르는대로
움직이는 셰이의 모습도 답답했다.
* 여자에게는 평균 여덟 명의 친구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이 다 유해하고
인생의 축복이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러 어떤 우정은 죽음보다 위험하다.
여자들의 우정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궁금한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