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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작스럽게 책태기가 찾아왔다.
이유는 알고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심하게 찾아왔기에 내심 좀 당황했다.
3일 넘게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자
결국은 아끼고 아껴둔 책을 꺼냈다.
* 책태기 대비 책으로 구매 후 줄곧
책장에서 잠들어있던 책이었는데,
결국은 이런 씁쓸한 기분으로 빼들다니.
부디, 이 책은 나를 다시 활자의 숲으로
데려가주길 바라며 책장을 펼쳤다.
* 희대의 성군이자 애민정신으로
널리 이름을 떨친 정조대왕.
그는 어느 날, 기묘한 꿈을 꾸게 된다.
한 손에는 펄떡거리는 심장을,
한 손에는 작은 여자 아이를 손에 쥐고 있는
괴물의 꿈.
* 괴력난신에 사로잡히고 결국 뒤주에 갇혀
할아버지의 손에 의해 아비를 잃어야 했던
정조에게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기묘한 꿈을 꾼 후 왕의 행차 길에
눈이 별같이 초롱초롱한 여자아이가 격쟁을 하게 된다.
아이는 이름은 벼리이고, 자신의 아비가 요괴가 되었으니
천도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이야기 한다.
* 그들을 둘러싼 백성들은 흠칫 했으나,
자애로운 왕은 아이에게 선처를 베푼다.
이 일이 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귀에 들어가고
그녀는 따로 아들을 불러 오래도록 혼자
간직해놨던 서책과 편지를 주게된다.
아버지였던 사도세자가 즐겨 읽었던
서유기를 비롯한 책과, 그의 친필이 담긴 편지였다.
* 그것을 받아들고 세세히 살피던 정조의 눈에
이상한 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특정 글자에 동그란 점이 찍힌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글자는 망자천도.
구천을 떠도는 백성을 천도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이자, 명이자, 부탁이었다.
* 이후 벼리를 다시 부른 정조는 벼리가
귀신을 본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뒤에서 성군이 될 수 있도록 지켜주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 한 후,
그가 가장 믿는 신하 정약용에게 벼리를 맡긴다.
이후 벼리는 국무당과 함께 자신을 도와
왕의 뜻을 펼쳐줄 사람들을 찾았다.
* 비상한 머리에 귀신을 보는 벼리,
말보다 빨리 달리는 미소년 광탈,
모든 무예에 통달한 백원,
미래를 보는 여인 무령까지
왕의 비호 아래에서 요괴어사가 되었다.
그들은 훈련을 거듭하며 실전을 치룰
준비를 했으나 단 한가지, 약점이 있었다.
* 망자들을 천도하려면 그들의 한을 풀어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그들의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는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고심하는 정조의 앞에 저승의 왕이 나타났다.
염라는 자신에게 맞서는 정조에게
동그란 마패와 금방울을 건네주었다.
아주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 마패는 벼리에게 주고 그녀를 어사대
대장으로 임명한 정조는 드디어
그들을 실전에 투입시켰다.
그리고 뿅! 하고 나타난 염라의 선물.
염라에게 목줄이 쥐어진 해치였다.
지금 그 목줄은 정조가 쥐고 있지만.
* 시비와 선악을 판단하는 해치는
물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었고,
신수이기에 힘도 매우 쎘다.
벼리에게 흐물흐물 점령당하는 것이
흠이라고 하면 흠이라 할 수 있지만
그가 재판장을 열어 망자들을 판결할 때는
역시, 신수는 신수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그들이
잡아야 하는 진짜 정체.
그들은 해치를 통해 자신들이 그 옛날
도깨비를 부렸다던 비형랑의 자손임을 알게 된다.
임금이 꾼 꿈을 시작으로 한 날, 한 시에 모인
비형랑의 자손들과 해치.
* 여기에 '생과 사를 달리 했어도 모두
과인의 백성이다'를 보여주는 정조의 어심까지.
와우! 역시 아껴두길 잘했다.
성격과 특징이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그들이
한 데 뭉쳐 가족과도 같은 끈끈한 정이
물씬 풍기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내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 핍박받고, 억울하게 죽은 그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주는 정조를 보면,
나도 광탈처럼 달려가 치대고 싶어졌다.
임금님!! 나도 귀여워해 주세요! 하고 :)
틈틈히 수원화성 건설 현장이나
정약용, 무사 백동수 등 실존 인물들이 나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즐거웠다.
* K-드라마 뺨치게 가장 중요한 대목에서
끊긴 1권 때문에 책태기는 무사히 극복한 듯 싶다.
신수 해치에게도 말로 지지 않는 벼리가 궁금해서
빨리 2권을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