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
'채손독'의 '필사적으로'를 통해서
고흐 에디션을 받아 보게 되었다.
쓰는데도 26년 여의 시간이 걸린 만큼
읽는데도 시간이 걸리는 책이다.
* 하지만 묘하게도 한번 읽게 되면,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먼저 문장들이 그렇다.
어떻게 보면 투박해 보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 여성스럽고 우아한 문장들.
* 풍경을 묘사하면 그 날의
햇살과 바람, 들녘이 지닌 냄새와
그 소리마저 들리는 듯한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늘 이 책을
필사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인물은 또 어떠한가,
그들이 수려하든 못났든 증명사진을 찍어
내 눈앞에 들이민 것 마냥
눈에 훤히 보이는 그들의 특성이 매우 재밌다.
* 그 인물들의 감정과, 사건과 갈등,
해결과 나라의 사정들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려냈다.
토지는 인물들의 사건과 관계만 따라가며 읽으면
K-드라마 한 편은 뚝딱이고,
역사적 사건들만 따라가서 읽으면
이만한 역사서는 또 없다.
* 작가님이 가진 그 방대한 지식과
매우 많은 인물들을 오차없이 그려낸 능력,
지루할 틈 없이 휘몰아치는 사건들까지.
무조건 두 번 이상은 읽게 되는 책이다.
그리고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님에 대한
존경심과 또 필사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 차분히 앉아서 그 문장들을 적고 있지만
마음 속에서는 그들을 따라 광풍이 몰아친다.
우리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절,
내 나라, 내 땅을 침략한 그들을 어쩌지도 못한 채
그저 바라만 보고 당해야했던 그 시절을
최참판댁 서희에게 투영하다니.
그저 감탄에 감탄만 더할 뿐이다.
* 마음에 쏙 드는 예쁜 표지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
꼭 몇 번이고 읽게 만드는,
묘하게 사람을 홀리는 그것.
나는 오늘도 그 문장을 따라 적으며
잠시나마 그 시절로 여행을 다녀온다.
언제 읽어도, 어느 때 읽어도 좋은 책.
정말 좋은 책이란 이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