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장미의기사' 영상물이 이 DVD를 포함해서 3개가 있다.
첫번째로 접한 것이 틸레만이 뮌헨필을 지휘하한 2009년 바덴바덴판인데 르네 플레밍,소피 고흐,디아나 담라우 등이 출연한 것이고 두번째가 바로 이 DVD이다.
사실 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를 그리 잘 알지 못했고 그저 '살로메' 정도만 감상해 봤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음악감상의 촛점이 후기 낭만에서 근현대로 옮겨졌을 때가 있었는데 - 음악감상의 스코프는 항상 이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는 모양이다.- '영웅의 생애', '돈키호테', '돈주앙', '짜라투스르라...', '죽음과 변용', '알프스교향곡' 등을 듣다가 급기야 그의 오페라의 세계에까지 손을 뻗게 된 것이다.
그가 남긴 16개의 오페라(1막 작품 포함)중에서 살로메, 일렉트라, 장미의기사,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그림자없는여인, 아나벨라, 카프리치오를 연이어 감상하게 되었다. 그 중에는 2개 이상의 영상물을 구해서 들은 것도 여럿 있을 정도로 빠져 들게된 것이다.
이 '장미의 기사'가 바로 그런 예의 하나인데 상기한 틸레만의 바덴바덴판과 본 DVD를 본 이후에 전설적인 명연이라고 회자되고 있는 카라얀의 빈필이 연주하고 엘리자베트 슈발르츠코프, 세나 유리낙, 오토 에델만 등이 나오는 영상물(지역코드 1)을 어렵게 구해서 보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내게는 이 카를로스 클라이버/빈필의 영상물이 아직까지는 으뜸이다.
나는 왠일인지 슈바르츠코프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노래가 좋게 들린 적이 별로 없다. 이건 분명 내게 문제가 있을 것이다. 세기의 목소리라 칭송과 평가가 쟁쟁한 그녀를 이렇게 이야기한다면 아마도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이다. 이런 비난 정도야 참을 수 있는데, 그것보다는 음악적 소양까지 의심받게 될 것이고, 그건 좀 참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내게 그렇게밖에 들리지 않는 것을 달리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이것은 그녀의 노래가 형편없었다거나 좋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다른 공연과 비교했을 때 내게는 최고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원수부인역으로 그녀보다는 펠리시티 로트에게 점수를 더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네 소피 폰 오터의 옥타비언, 쿠르트 몰의 옥스남작, 바바라 보니의 조피는 거의 환상적이지 않은가? 카라얀판에서는 슈바르츠코프보다 오히려 옥스남작을 부르는 오토 에델만이 내게는 갑인 것같았다.
1막의 마지막 늙어가는 자신을 한탄하는 원수부인의 아리아도 그렇고 중간의 2중창들, 또 3막 마지막의 3중창을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다 들어 보아도 펠로트(펠리시티 로트의 애칭)/폰 오터/보니가 너무 좋게 들린다. 그리고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춤추는 듯한 우아한 지휘도 덤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물론 카라얀의 비교적 젊은, 50대 시절의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그리고 이 클라이버의 영상물이 이야기의 진행에 무리가 없이 진행되고, 오케스트라와 가수들의 앙상블, 강약 등이 물흐르듯 자연스러운 점을 높이 사고 싶은 것이다.
이제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또다른 '장미의 기사'가 궁금해진다.
귀네스 존스, 브리기테 파스벤더, 루치아 포프가 나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