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적대감은 상식적이고 논리적이며 정당한 비판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머리가 숏컷이라고 하여 페미니즘이라는 '오명'를 씌워 도를 넘는 비난을 거침없이 하는 데에는 어떤 상식과 논리도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맹목적인 혐오만 가득하다. "여자도 군대 가라"라는 소심한 빈정거림이 "꼴페미"라는 노골적 적대감을 드러내는 용어로 요약되기까지, 여성운동은 수년 사이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둬온 만큼이나 만인의 화풀이 대상이 되어왔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여성주의라는 개념에 굳이 몰두하지 않더라도 많은 성역할 규범들에 정체 모를 불쾌함과 부당함을 느껴본 경험은 여성이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당함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힘이다. 그 언어가 없거나 적절하지 못하게 사용된 탓에 오늘날의 페미니즘은 "너만 힘드나, 나도 힘들다" 식의 성별 싸움으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
페미니즘의 주장에 대해 남성의 역차별을 들어 굳이 비아냥대는 사람은 페미니즘을 이분법적이고 반체제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하나의 성별을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언하여 싸우자고 덤비는 것을 페미니즘의 본질로 알고 있는지 모른다. 페미니즘은 반대 급부를 상정하고 그 반대편에서 약자 혹은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부르짖는 것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여성에 국한되지 않고, 정상적인(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범주 밖으로 내몰린 모든 타자들을 옹호하고 긍정하려는 학문이다. 타자성을 가르는 폭력적인 기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문이다. 이런 불합리는 구조적으로 굳어버려 이미 모든 체계 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문제삼는 이들은 체제를 전복하려 한다는 혐의로 공격받을 수밖에 없다.
구조는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폭력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것이 왜 문제인지 영원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날카로운 언어를 가진 정희진의 이런 글이 필요하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장애인, 노인, 성소수자 및 이주민 등 타자화된 정체성을 갖는 모든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페미니즘은 여성에 한정된 문제 의식이 아니라 인권 전반에 관한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 누군가가 '페미니스트'라는 말은 그러니까 잠재적인 인권 운동가라는 말이다. 페미니스트를 욕하기에 앞서 왜 당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닌가를 생각해 보라. 그 전에 이 책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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