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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짜나부리님의 서재
  • 유년기의 끝
  • 아서 C. 클라크
  • 17,820원 (10%↓990)
  • 2016-12-16
  • : 3,917

“저는 남을 겁니다.” 잰은 불쑥 내뱉고는 덧붙였다. “우주는 이미 충분히 보았습니다. 이제 제가 궁금해하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제 행성의 운명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의 마음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고독은 누구나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주적 차원의 고독일 때 나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비감에 잠기곤 한다. SF는 이처럼 짐작도 할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을 건드리는 장엄한 상상력을 가졌다.

스타게이트를 통해 저 홀로 토성의 내부로 추락해 가는 데이비드 보먼(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항성 간 전쟁에 징집되어 인류의 모든 진화 과정을 놓친 채 수 세기를 지나 보낸 윌리엄 만델라(영원한 전쟁), 그리고 영화 <애드 아스트라>에서 홀로 목성, 토성, 천왕성을 지나 해왕성까지 항해하는 브래드 피트의 고독한 여정에서는 인간 실존에 대한 심오한 물음이 언제나 전제된다.

이런저런 디테일을 걷어내고 보면 <유년기의 끝>은 행성의 탄생과 소멸까지의 생애주기를 의인화한 소설로 보인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유년기의 끝>을 끝끝내 영화화하지 못했지만, 대신 <2002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통해 이 소설의 심상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려 했던 것 같다. <2002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스타 차일드는 우주를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로 보는 <유년기의 끝>의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행성의 진화 과정을 장면의 거대한 도약을 통해 보여주는 것도 유사하다. 세대와 공간을 훌쩍 뛰어넘은 장면 전환은, 과거와 현재를 ‘가능한 미래’와 자연스레 연결시키면서 미래에 대한 경이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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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구라는 행성은 (성숙함의 측면에서) 태아 상태에 지나지 않고, (진화적 측면에서) 아메바만큼 보잘것없다. 우주를 상상하면 지구에서 벌어지는 온갖 갈등과 대립이 아무것도 아니게 여겨진다. 그러므로 최후의 호모 사피엔스가 된 잰 로드릭스가 홀로 행성에 남기를 결정하게 되는 존재론적 깨달음의 과정이 이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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