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관련 책자를 본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좀 어려워서 따분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실은 학창시절의 힘겨웠던 과학 공부라는 트라우마 때문인지 모른다. 그런데 깔끔하기도 하고 은은한 디자인의 미생물과 내 몸을 바로 알 수 있는 책 한 권에 눈길이 간 건 처음이다. [미생물과의 공존]이 바로 그것이다. 300여쪽의 신체 내부 장기의 친절한 그림 설명과 함께 미생물이 어떻게 우리의 몸에 공존하거나 스트라이크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미생물의 진화와 생태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이야기는 저자의 경험담과 어우러져 재미있게 읽혀진다. 차례대로 보지 않고 따로 작은 꼭지를 찾아 읽어도 좋아 바쁜 직장인들이 짬나는 시간을 이용해 읽으면 아주 유용해 보이는 책이다.
산을 좋아하는 치과의사 김혜성 님은 이 책에서 “건강을 위해서 평소 면역력을 키우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질병에 대해서도 마냥 미생물 탓만 해서 약을 찾을 것이 아니라, 평소에 미생물과 공존하는 몸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미생물로 인해 우리 몸에 질병이 생긴다면, 미생물과 공존을 하지 못한 몸에 면역력 문제가 생긴 까닭이라는 것이다. 우리 몸의 미생물은 체세포보다 더 많이 살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많은 곳은 우리 몸의 대장이고, 가장 다양한 미생물이 사는 곳은 입속이라고 한다. 그래서 칫솔질이 중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다. 더욱 놀라운 건 소화기, 호흡기 외에도 임신부의 태반이나 뇌에서도 세균의 흔적이 발견된다니 우리 몸 여기저기 안 가는 곳이 없는 모양이다.
저자는 우리 몸 각 부위별로 어떤 미생물이 사는지, 그것이 무슨 의미하는지를 밝히고자했고, 이런 미생물을 이해하는 것이 이 책을 발간한 목적이라고 했다. 감기나 비염 같은 호흡기 질환이나 소화기 관련 질환, 당뇨와 심혈관 질환 등의 많은 질병의 원인이기도 한 미생물. 그런 미생물도 늘 이렇게 말썽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한다.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 세균수가 증가하여 말썽을 핀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몸이 건강하다면 몸 속 미생물은 온순하게 우리 몸의 대사를 돕는 이로운 일에 관여만 할 것이다. 우리가 소화하지 못하는 영양분을 소화해 주거나 미생물에게 받은 물질로 에너지를 사용하기도 하고 염증을 완화시키기도 하며 혈관확장, 장운동, 상처 치유에 사용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우리 몸과 미생물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처럼 미생물을 잘 이해하고 질병의 원인을 아는 것은 건강한 생활의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어릴 때만해도 감기에 걸릴 때마다 편도선이 잘 부어 힘들면 편도를 잘라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섣불리 제거하지 않는다. 감기가 심해지기 전에 따끔따끔한 편도선이 말트라 불리는 조직으로 점막을 뚫고 들어온 미생물이 혈관을 통해 전신을 돌기 전에 미리 차단함으로써 온몸으로 감염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편도’ 그 아이도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몸에 들어와 질병을 일으킨다고 무조건 약을 먹을 먹기보다 그 이전에 건강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