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대대적인 촛불시위, 그리고 탄핵과 대통령 조기 선거가 숨 가쁘게 이어졌다. 그때 처음 알게 된 19대 대선에 유일한 진보 정당(정의당) 후보 심상정. 방송에 나오는 대선후보 토론 모습을 보면서 당당하면서도 논리적이고 차분히 또박또박 대응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른 남성 후보들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는 말솜씨에 그야말로 여성으로서 감동이었다. 토론하는 것만 본다면 오히려 더 낫다고 보았다. 그래서 이후 쭉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알게 된 그녀의 책 출간소식이었다. 그녀가 묵묵히 걸어온 삶과 앞으로 꿈꾸는 삶을 엿 볼 수 있는 책 [난 네편이야]가 바로 그 책이다. 이를 통해 그녀를 더 잘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그녀의 나이 스물여섯에 대학을 그만두고 하루에 열 시간도 넘게 일했던 어린 여성 노동자들과도 함께했고, 노동자동맹파업인 ‘구로동맹파업’을 주도했다. 이런 이유로 여성 최장기 수배자가 되었으나 수배기간동안 얼마나 번민이 많았을지.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지만 같이 일하던 동료가 고초를 당하는 일 때문에 겪었을 심적 고통을 충분히 공감이 간다. 서고도 다시 노동자들을 위한 일을 멈추지 않았다. 주 40시간 노동 쟁취, 산별노조 건설 등 25년 동안 쭉 한 길을 걸어온 것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비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좀 더 큰 꿈과 실현을 위한 첫발이었을 것이다.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에 이르기까지 진보 정치의 길에도 쉬운 일은 없다. 약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사회에서 너무도 어렵고 고단한 여정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국민의 응원과 격려가 필요하다. 기득권들에게서 약자의 권리를 찾아주려 노력하는 분들이니까.
이 책은 어린시절을 보낸 파주에서의 일, 대학생이 되어 언니처럼 남다른 패션감각으로 멋을 내고 다녔다 일어난 일, 지금의 남편을 만난 운명같은 일, 노동의 현장에서 겪은 경험, 정계에 입문해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의 에피소드가 잘 담겨있어 독자의 목마름을 채워준다.
권력과 돈과 명예 모두를 쥐고 있는 이들은 조금도 그것을 빼앗기지 않으려 갖은 편법을 통해 세습하고 이를 지적하는 국민에게 개돼지취급의 상식 밖 행동들도 서슴지 않고 있다. 방송에 나오는 뉴스를 보다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곤 한다. 이제 정부가 바뀌었으니 조금은 기대를 걸어본다. 상식 있는 사회 정정당당한 사회, 정말 변할 수 있을지... 지금의 정부에서부터 시작이겠지만 작지만 든든한 정의당 당원이나 당 대표 심상정이란 한 여성에게도 희망을 걸어본다. 그녀의 이런 오랜 투쟁의 세월이 좀 더 나은 삶을 다 같이 누려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정한 기회와 권리를 찾아내려 노력하는 그녀를 보면서 더욱 더 진한 팬이 될 듯싶다. 이 책에는 지난세월 그녀가 현장에서 보고 느껴왔던 눈물, 분노, 기쁨, 감동의 생생한 순간들이 담겨 있다. 저처럼 대선토론을 보고 그녀에게 반한 분이 있다면 아마도 이 책은 좀 더 그녀를 알아가고 응원해주고 싶어질지 모르겠다. 사실 이분의 가족인 남편이나 아들의 이야기도 소상히 듣고 싶은 아쉬움은 좀 남는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일을 이렇게 대놓고 외조하는 분이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