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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맘님의 서재
  • 종의 기원
  • 정유정
  • 15,120원 (10%840)
  • 2016-05-14
  • : 43,398

[7년의 밤] 을 통해 알게 된 작가 정유정.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 제1회 세계 청소년문학상 수상을 시작으로 탄탄한 줄거리, 인간 내면의 섬세한 심리, 그리고 역동적인 라인들이 살아 숨 쉬는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그런 그녀만의 굵직한 작품들에 매료되어 팬이 되어버린 내겐 즐겁기만 한 시간들이다. 작품 [28]을 출간할 때도 소재가 같은 영화[감기]와 견주어 감상하기도 하면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후 3년이 지났다. 드디어 그녀의 신작을 만나니 얼마나 반가운지. 

물이 차 있는 수영장 계단이 그려진 이번 책 [종의 기원]은 왠지 차가운 느낌을 준다.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아냈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주인공 유진은 잠에서 깨어나 피로 물든 자신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방을 나와 계단을 지나 거실에 이르자 너무나 끔찍한 어머니의 주검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유진은 지난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순간순간 짤막한 기억의 잔상이 스치듯 지날 뿐, 전체적 맥락이나 기억이 없던 시간을 돌려 다시 복기하고 또 복기해본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유진은 이번에도 약을 며칠 끊은 상태였기에 전날 밤 ‘개병’이 도져 외출했었다. 자리에 누워 곧 시작될 발작을 기다리던 그는 해진의 전화를 받게 된다. 어머니와 연락이 안 된다며 별일 없는지 묻는 것이다. 당황스러울수록 차분해지는 유진은 거짓말로 시간을 벌고 사건 현장을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정황상 살인자는 자신이기에,,,

우리의 본성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을 ‘어두운 숲’을 안으로부터 뒤집어 보여줄 수 있으려면. 내 안의 악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가, 어떤 계기로 점화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화해 가는지 그려 보이려면. - ‘작가의 말’에서 

그렇다. 이 작품에서 정유정은 인간 본성에 자리한 '악'을 깊이 있게 탐구해 그려냈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최고 레벨인 프로테터 인 포식자의 탄생을 그려낸 것이다.

감성이 부족하고 모든 것이 나 위주의 생각을 하는 최고로 영악한 인간. 태어나 자라면서 갖게 되는 사회문화적가치가 공유된 윤리적, 도덕적 감정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는 유진. 인간의 본성이라 할 수 있는 공격성, 폭력성에 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게 되면서 교육으로 어느 정도까지 변화가 가능할지 엄마와 이모의 노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버겁다.

약을 끊을 때의 광기에 가까운 그의 섬뜩함이 일어날 일에 대한 긴장감을 더하고, 회상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가족에게 일어난 불행이, 그 팽팽한 긴장감 속에 속도감 있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은 후속을 기대하게 하는 전편처럼 느껴진다. 후속이 나온다면 그 제목이 '종의 진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운명은 제 할 일을 잊는 법이 없다. 한쪽 눈을 감아줄 때도 있겠지만 그건 한 번 정도일 것이다. 올 것은 결국 오고, 벌어질 일은 끝내 벌어진다." -1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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