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와 책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된 [미 비포 유]의 작가 조조 모예스. 그 유명세를 통해 후속작 [애프터 유]도 인기를 끌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때론 달달하고 때론 가슴 아픈 상처로 인해 더 단단해지는 로맨스, 긴 서사적 구조로 인생을 관통하는 사랑을 그려냄으로써 섬세한 그녀의 마력에 빠져들게 한다. 감정이입에 아주 잘 되는 장편 드라마처럼...
이번 책도 "사랑"이 주제이지만, 구체적으로 말해서 내가 하면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인 그런 사랑을 설득력 있게 담아냈다. 표지의 반을 차지하는 제목의 글씨체가 돋보이는 특징을 가진 [더 라스트 레터]는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제니퍼가 자신의 사랑을 되찾아가는 이야기로 그 감동을 이어나간다.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인 제니퍼 스털링. 세상 여자들이 부러워하는 모든 것을 완벽히 가진 그녀. 어느 날 파티에서 만난 신문기자 앤서니 오헤어를 통해 강압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남편의 꼭두각시 같은 지금 삶의 의문을 가지게 된다.
현대의 물질만능주의를 생각한다면 물질적 풍요가 행복이겠지만, 그 삶이 능동적이지 않고 타인을 위한 장식품 같다고 느껴진다면 금은보석으로 둘러싸인들 행복감을 느낄 수 있을까? 남편이 좀 배려심 있는 대화로 제니퍼를 대했다면 제니퍼는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부생활에 능동적인 자신의 삶을 살아보고자 남편을 떠나기로 결심한 날, 뜻밖의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게 된 것이다. 퇴원 후 집에 돌아와 정리하다가 발견한 한 통의 편지는 마음을 흔들었고 기억의 저편 남자를 만나 자신의 기억을 찾고자 하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1960년대 제니퍼에게 열정적 사랑의 편지를 보낸 앤서니, 남편은 그가 그날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그렇게 알고 지낸 4년, 신경안정제로 무기력한 삶의 자락에서 다시 만나게 된 앤서니는 그녀에게 삶의 활력을 갖게 한다. 남편 사업의 비밀을 쥐여준 비서의 도움으로 아이와 함께 집을 나올 결단을 내린다.
그리고 40년이 흐른 2003년이 되어 앤서니의 연애편지가 신문사 도서에서 발견되는데...
어떤 조건이나 사회적 제약 없는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건 철들지 않은 어린 시절 때엔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 나만 좋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인의 상처를 헤아릴 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두꺼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속도감 있고 서사적 구조를 갖추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사실적 심리적 묘사로 설득력 있게 불륜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