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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현님의 서재
  • 땀 흘리는 시
  • 김선산 외 엮음
  • 10,800원 (10%600)
  • 2020-05-01
  • : 649
사실 난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무언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이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전달하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시를 읽어도 전달하고픈 말이 무엇인지는 고사하고 주제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한다. 때문에 그 의미를 대충 짐작할 수 있거나 유명해서 해설이 있는 시를 주로 읽었다. 시를 읽고 아름답다는 생각은 많이 했으나 전율을 느껴보거나 충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시간은 많으나 딱히 할 일은 없던 어느 날, 이 책이 발간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일', '노동'을 테마로 한 시 선집이라고 했다. 최근 학교 수업 시간에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배운 터라 책에 흥미가 생겼다. 사실 노동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으나,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아서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시 선집은 그나마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시는 소설에 비해 가벼울 거라는 내 멍청한 예상은, 첫 시를 읽을 때 부서졌다. 글을 읽을수록 점점 무거워지는 마음과 굳어지는 머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알고 있었다. 노동 현장이 얼마나 참담하고, 더럽고, 외로운지. 하지만 알면서도 처음 듣는 것처럼, 처음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지금까지 애써 미뤄왔던 현실과 부딪히는 것 같았다. 이제 곧 나와 내 친구들이 마주할, 어머니와 선배들은 이미 마주했을, 그 현실이 너무 두렵게 느껴졌다.

분명 무덤덤한 문체에 담겨있는데, 어째서 울부짖는 것보다 더 아프게 들리는 걸까.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머리가 얼얼했다. 눈을 찔린 것처럼 흘러내리는 눈물이 멈출 생각을 않는다. 겨우겨우 시 한 편을 읽어내고 책장을 넘기면 더 비참한 글들이 나를 반겼다. 어떤 시엔 전에 뉴스에서 봤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고, 어떤 시엔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가 담겨있다. 책장을 넘기는데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아니 어떻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는 시가 단 한 편도 없단 말인가. 진짜 노동 현장은 얼마나 더 슬프고 끔찍하단 말인가.

나 한 사람이 이 사실을 깨닫는다고 해서 사회가 바뀌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을 더욱 많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노동 현장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나는 이게 내가 겪을, 내 후손에게 물려줄 현실이 되지 않길 원한다. 이 더러운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나부터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에 참여할 것이다.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식에 '누가 또 일하다 죽었구나'하고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다. 더는 도살당하는 가축의 마음으로 일터에 나가는 이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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