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이번에는 꼭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막상 시작을 잘 못 하는 일 있잖아요. 운동이라든가, 외국어 공부라든가...
제게는 '필사'가 그런 것 중에 하나였어요. 유년 시절엔 뭘 '따라 쓰라'는 것은 마치 벌칙 같고 지루한 단순노동 같아 치를 떨었던 활동인데, 이젠 너무 하고픈데 막상 시작은 못 해서 (정확히는 꾸준하지 못 해서) 답답해 한다는 것이 제가 생각해도 이런 변화가 참 재밌긴 합니다.
과거에 잠깐 씩 시도해 보았던 필사, 그때 마다 보람과 만족감은 참 컸어요. 필사를 하는 동안은 특별한 애쓸 것도 없이 저절로 집중하게 되는 것는 것도 좋았고 (다른 의미로는 시끄러운 세상과의 단절?) 하고나면 머릿 속이 깨끗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질 못 했어요.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요즘은 주로 ebook을 많이 읽다보니 독서 습관도 약간 휘발성?이 되더군요. 너무 좋은데 넘어가면 다시 돌아보질 않는...
그래선가 올초에도 필사 노트, 필사용 만년필까지 장비(?)는 다 준비해두고 필사감을 딱히 구하지 못 해 시작을 못 했어요. 책을 읽다가 기억에 남는 문구가 나오면, 이 문장 마음에 담아두고 싶다, 하면서도 그게 실천으로 잘 이어지진 않더라고요.
그래서 특단의 대책으로 떠올린게, 아예 필사용으로 다 차려놓은 밥상을 구해보자! 였죠.

일단 습관을 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치 하루를 시작하는 의식처럼, 필사 습관을 들여 보고 싶어서 필사 책 한권 정도는 정주행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아침을 책임질 글감을 가볍게 고를 순 없겠지요.

머리말을 읽고 나면, 필사를 아니 할 수가 없습니다. 필사를 해 보라고 이렇게 멋지게 설득을 하시다니!
아직 본문 시작도 안 했는데 이 머리말부터 따라 쓰고 싶어졌어요.
책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누구나 알 법한 세계적인 작가도 보이고요, 이름은 낯설지만 제목이 끌리는 글도 많습니다.



5가지 테마로 나뉘어져 있는데 훑어보면서 보니 (스포(?) 당하기 싫어서 미리 읽는 걸 망설이는 경우는 또 처음이군요. (매일 아침에 새 문장을 접하고 싶어서ㅎㅎ)) 대부분의 글에서 비슷한 향이 나기는 합니다. 주제 면에서는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에 관한 글이 많고, 문학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이 돋보이는 글들이 많아요.
각각의 글들은 한 쪽 내외라 그리 길지 않아요. 매일 아침 한 두 개 정도만, 읽고 느끼고 따라쓰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왼쪽에는 글이 있고, 오른쪽에는 따라 쓰는 공간이 있어요. 종이질이 도톰하고 좋아서 연필, 볼펜, 젤펜은 거뜬하겠고요. 저는 연필로 쓰다가 만년필을 쓰고 싶어서 (마침 준비되어 있으니까ㅎㅎ) 노트와 만년필을 꺼내긴 했습니다. 아, 제본도 180도 쫙 펼쳐지는 제본이에요.


그 유명한, 설국의 첫 문장도 있고요, 신영복 선생님의 글도 있습니다.

풋살구가 지붕에 떨어지는 소리, 새벽의 정적, 내 방 창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봄의 아침 공기, 진한 아카시아 향기... 상상만으로 내 모든 오감을 깨우는 이런 멋진 글을, 쓰다 보니 신이 나서, 사각거리는 손맛을 느끼려고 연필은 치우고 노트와 만년필을 꺼냈습니다. 이게 필사의 재미구나!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몰랐네요. 글 재료가 달라지니 필사에서 또 다른 맛을 발견합니다. 책 편식 때문이었을까, 여태 제가 직접 고르던 글로 가끔 하던 필사는 교훈이나 자기 다짐을 하는 시간에 가까웠다면, 이번 필사로는 새콤달콤한 맛을 음미한 것 같은 감각적 재미가 있었어요.
필사를 할 때는 이 글, 사각거리는 펜 소리, 그리고 이 글에 집중하는 나뿐이에요. 머리 아픈 바깥 세상 일들은 잊어버리고, 오롯히 그 글 속으로 빠져드는 경험이야 말로 아낌 없이 향유할 수 있는 무공해 재미이고 힐링의 시간이 아닐까 싶어요.
매일 아침 필사 책을 펼치며, 오늘은 어떤 글에 빠지게 될까! 아침이 설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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