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아름다움을 주는 단편소설 시리즈 모노스토리 04 “그렇게 될지어다” 이스트엔드에서 보내주셨습니다.
“확실한 누군가의 악의다. 도저히 사람의 짓이 아닌. 기이하고, 기괴하고, 무엇보다 목적이 보이질 않는. 아니, 자신을 괴롭히고 농락하다가 죽이는 게 유일한 목적인 것 같은.”
호러를 좋아합니다. 동양의 호러는 무서운 것의 발생과정에 은원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은 권선징악을 따르죠. 이왕이면 거대한 것을 약한 것이 이기는 다윗과 골리앗 스타일이면 더 좋습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는 최고로 맛있게 읽는 편입니다.
이 이야기는 ‘폭력적인 남성성’이 원하는 ‘희생하고 포용하는 여성성’이 선을 넘은 폭력을 영적으로 자력 구제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자신의 표현대로 ‘남들은 번듯한 전셋집과 직장을 오갈 때 반 지하 단칸방에서 하루 벌어’사는 남자에게 이상적인 여자가 찾아올 리 없죠.
작품 속에 등장하는 궤는 여성이 살면서 겪는 억눌림 그 자체입니다. ‘남은 다리 하나를 넣고 웅크려 발뒤꿈치 끝을 궁둥이에 바짝 붙이고’나서야 들어갈 수 있는 비좁고 모자란 사회. 그 사회를 상징하는 궤에 폭력이 스스로 기어들어가 자신이 폭력을 휘두르던 존재에게 의존하게 되는 염. 염이라는 이름조차 상징적입니다. 염은 시체를 관에 넣기 전의 과정의 명칭입니다.
“자기가 혼자라는 이유만으로 혼자인 것에 멋대로 동질감과 동정을 느끼는 여자.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 없을게 뻔하고, 사회성이 없을 게 뻔하고, 조금 잘해주면 사랑받는다고 착각하며 헌신할 게 뻔한 여자.”
사회에서 패배한 남성이 여성을 보는 얄팍한 방식을 그대로 드러낸 서술에 박수를 치며 어서 이 낙오자를 곱게 싸서 관에 넣어주길 기다리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얻었죠. ‘해수’라는 이름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남성을 잘 싸서 치워주는 일을 한두 번 한 게 아닌거 같은데 작가님이 해수를 주인공으로 장편을 보여주시기를 기다려 봅니다. ‘에코에코 아자락’의 성장편같은 느낌이거든요.
오랜만에 찐 호러 즐겁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