얕은 지식이라기보다는 깊은 지식을 쉽게 잘 설명해주는 책이라는 느낌이다. 정치적인 이유로 신을 만들어낸 지배자의 논리나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에 대한 심오한 생각을 그의 말을 인용해 '사자'를 비유로 들어 설명한 부분은 작가가 재치가 느껴진다.
어떤 종류의 지식이든 온전히, 전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지 않으면 쉽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이는 비단 글을 쓰는 작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식을 단순히 습득하는 것과, 그 지식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일 것이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가치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자랑하고 싶은 지식이 아니라, 세상살이에 대한 좀 더 본질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지식, 그래서 궁극적으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는 지식.
인문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