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spacekat님의 서재
  • 라디오헤드로 철학하기
  • 브랜든 포브스 외
  • 15,300원 (10%850)
  • 2012-07-27
  • : 627

Creep을 처음 들은 게 이제 15년 전일이다. 고등학생이었고, 노랫말 하나하나가 가슴에 쑤셔박히던 때였다. 그렇게 라디오헤드를 '시작'했고, 작년에 나온 여덟번 째 앨범까지 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충격 반, 감탄 반으로 맞이했고 지금도 역시 열혈 팬이다.


라디오헤드를 가슴뿐만 아니라 머리로도 듣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나온 <KID A>부터다. 첫 곡 Everything in its right place부터 세번째 곡 National Anthem까지 도대체 기타 소리를 찾을 수가 없는 앨범이었기에-그리고 전곡에서 기타는 중심 사운드가 아니다. 이걸 록 밴드의 음악이라고 봐야할지도 애매했을 뿐더러, 기존의 정형화된 방식인 절과 코러스의 반복에서 한참 벗어난 실험적인 구성도 몇 번 곱씹어 듣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이런 실험적인 음악은 다음 앨범까지도 이어졌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다시 기타가 전면에 나오기는 했지만, 라디오헤드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며 '생각하는' 음악을 여전히 고수하는 듯하다.

물론 이 책의 라디오헤드의 소개에도 나와 있듯이, 라디오헤드가 전위적인 밴드는 아니다. 일렉트로니카를 적극 차용했지만, 라디오헤드스럽다 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서정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KID A> 이후 라디오헤드의 급격한 변화를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처럼 오랫동안 라디오헤드의 팬이었고, 지금까지도 새 앨범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팬이라면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은 '애브젝트 미학'에 관한 장이다. 우리가 이 세계에서 '오브제'로서 명확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라디오헤드는 노래하고 있고, 그것을 통해 저자는 '애브젝트 미학'을 설명한다. 우리가 타인과 세계를 나와 떨어진 타자로 인식하기 이전의 원초적인 상태, 그때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조리한? 감정을 어떤 예술에서는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애브젝트 미술이라 불리는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작품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을 통해서 얻은 수확이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을 통해 애브젝트 미학을 비롯해, 니체, 마르크스, 퐁티 등의 철학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이다. 현재 가장 최전방의 감각적인 음악을 통해 철학적 사유까지 나아가는 것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시를 읽을 때, 또는 쓸 때 '감각의 문으로 들어가서 사유의 문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 딱 맞는 비유는 아닐지 모르지만, 어쨌든 좋은 음악과 예술은 항상 그렇게 된다는 걸 느낀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