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로부터 책만 지원받았으며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정래 작가의 신작소설 『서리꽃』 두 번째 이야기가 펼쳐진다.
윤소인의 수술 이후 완치를 위해 장흥 보림사로 떠나는 이재이와 윤소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버지의 죽음, 빚에 쫓기는 채무자의 삶, 암투병까지 비운의 삼중고를 겪고 있는 윤소인을 향한 이재이의 순애보 사랑이 2권에서는 더욱 뜨겁게 펼쳐진다.
『서리꽃 2』 권에서는 1권에서 짧게 소개되었던 반 고흐의 삶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2권에서는 왜 반 고흐의 삶이 이들의 사랑을 닮았는지 본격적으로 이야기한다. 또한 반 고흐의 삶 뿐 아니라 이들의 사랑을 대변하는 여러 장치들을 소개해준다.
윤소인과 이재이가 보림사의 '시인의 숲'에서 보는 여러 시들과 동백꽃의 의미는 이들의 사랑을 소개하는 부가 장치들이다.


결코 세상이 모든 걸 쓸어간다해도 서로는 가져가지 못하고 떨어지면서도 아름다운 동백꽃처럼 낙화해도 아름답게 필 거라는 사랑. 그들은 사랑의 의미를 되새김질하지만 결국 이건 순탄하지 않을 거라는 비운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비운의 절정에서 발견되는 삶이 바로 '반 고흐'의 삶인 것이다.
소설에서 표현하는 반 고흐의 삶은 한 마디로 간단하다.
살아서 가장 비참한 삶을 살았고
죽어서야 가장 행복한 삶을 사는 화가.
글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말한다면 반 고흐의 삶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기까지 나는 이 『서리꽃』이 크게 다가오지 못했다. 돈이 많은 재벌의 아들, 가난하고 비련의 여주인공. 이 소재들은 드라마에서도 흔한 소재일 뿐 아니라 돈으로 주변 인물들을 구원하는 모습이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죽음'이다. 죽음을 지연할 수 있지만 막을 수 없는 '죽음' 앞에서 이들의 사랑은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왜 그럴까? 윤소인과 이재이의 사랑이 결국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빚도 다 갚았고 병도 다 나았고 그림으로 화려하게 재기할 일만 남았는데 다시 찾아온 운명의 장난..
그게 과연 윤소인의 삶에만 해당할까?
결코 그럴 수 없다. 1%의 부유층을 제외한 99%의 서민들은 뼈빠지게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성공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오랜 고생끝에 찾아온 건 오랜 노동으로 축적된 직업병, 또는 해고나 늙어버린 나 자신이 아닐까?
최근 <안녕 피터팬>의 저자이자 중증자폐아들을 돌보다 세상을 떠나신 최경철 작가의 경우는 어떠한가? 홀로 아들을 돌보았건만 정작 찾아온 건 간암말기라는 소식 아니었던가. 윤소인의 삶처럼 최경철 작가의 삶 앞에 우리는 신에게 묻는다.
'왜' 이런 운명을 허락하셨나요?
'왜' 이렇게 잔인하신가요?
'왜' 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운명은 초라해진다.
하지만 조정래 작가는 '왜' 라는 이유 대신 반 고흐의 삶을 소개하며 그게 끝이 아님을 설명해준다.
특히 반 고흐의 그림이 있는 파리에서 당시 반고흐와 동시대를 살던 인상파 화가 '모네'의 유명세와 비교해 생애 내내 생활고에 시달렸던 반 고흐의 삶과 비교해 가면서 인생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우리 모두 죽어서야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삶을 '현재'라는 삶 속에서만 본다면 반 고흐의 삶은 끝까지 재수 없는 삶일 것이다. 죽어서야 빛을 본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조정래 작가는 묻는다. 죽어서도 꽃피는 삶도 소중하다는 걸. 그게 낙화하고도 아름다운 동백꽃이 그러하고,
죽어서야 가장 행복한 반 고흐의 삶이 그러하고 영원히 사랑을 맹세하는 윤소인과 이재이의 사랑 또한 그게 끝이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의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삶도 지금이 끝이 아님을 그러므로 끝까지 사랑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의 사랑은 밤 추위에 피어났다가
햇살이 비치면 금세 사라지고 마는 서리꽃처럼 짧았습니다.
짧은 것. 그게 어디 사랑 뿐이랴.
우리의 인생 또한 짧지 아니하던가.
금새 사라지고 마는 서리꽃을 아름답게 해 주는 건 결국 죽어서도 계속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금새 사라지고 말더라도 다시 또 피어날 거라는 희망. 그게 아니면 서리꽃은 아예 꽃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서리꽃이 다시 피기 위해서는 사라지고 말 것임을 앎에도 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결국 이대로 사라진다 하더라도 다시 사랑하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그래야 반 고흐처럼 죽어서라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