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차 세계대전은 분명 전세계를 휩쓸었다. 작은 조선을 비롯하여 유럽을 넘어 아프리카까지 전쟁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온 세계를 뒤덮은 전쟁임에도 내게 뚜렷하게 기억나는 건 영국의 '윈스턴 처칠'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와 같은 몇몇 지도자일 뿐이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일어난 이 참혹한 전쟁에 왜 우리가 기억하는 건 두 나라의 지도자일 뿐인가. 과연 다른 나라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너무나 익숙한 강대국의 역사에 우리는 다른 한 쪽의 역사를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
《약소국의 제2차 세계 대전사》는 바로 그런 우리의 의식에 경종을 올린 작품이다.
강대국의 전쟁이 아닌 '마이너한 전쟁사'를 주로 다루는 권성욱 연구가는 2차 세계대전에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약소국의 분투를 그려낸다. 왜 우리가 '약소국'의 역사를 알아야 하는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쪽은 그동안 망각했던 나머지 반쪽의 역사다.
왜냐하면 우리 역시 약소국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강대국에 들지 못한다. 우리의 현실은 여전히 '약소국'이다.
세게 2대 강국 중국의 위협, 북한과의 분단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은 분투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을 안고 있는 약소국인 대한민국은 강대국들이 어떻게 약소국들을 공격해 왔는지, 그 위협에서 약소국이 왜 패배하고 또는 어떻게 지켜냈는지를 보아야 한다.
저자는 먼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현재도 진행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을 이야기한다.
왜 2차 세계대전을 이야기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야기하는가. 그건 지난 1940년대와 지금의 전쟁이 모습만 다를 뿐 같은 형태로 반복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를 편들다가 지금은 우크라이나에게 은근슬쩍 양보를 종용하는 미국과 다른 유럽국가들의 현실은 히틀러가 체코슬로바키아를 날로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의 뮌헨 회담과 비슷하다.


강대국의 역사를 중심으로 2차 세계대전사를 공부했던 내게 저자가 들려주는 <약소국의 2차 세계대전사>를 읽으면서 알게 되는 새로운 사실이 있다.
'전쟁'의 시작은 '강대국'들이 자신을 지키려고 '약소국'의 안전을 무시할 때 시작된다는 점이다.
체코슬로바키아가 영국 체임벌린 수상의 무지함으로 몰락되고 본격적인 히틀러 공격이 시작되었듯, 무솔리니의 에티오피아 공격 또한 강대국들이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국제연맹에서의 호소에도 무반응함으로 무솔리니의 공격은 점점 더 심해졌다. 약소국들이 도움을 요청할 때 도와주었더라면 가능했을 전쟁의 위험을 방치함으로서 적의 위험을 더욱 키웠다는 사실이었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또한 같은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다. 모습은 다르지만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과의 전쟁 또한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군비 경쟁을 벌이며 전쟁이 가속회되고 있는 현재.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의 연설은 지금도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이것이 오늘의 우리이며
내일의 여러분이 될 것입니다.
강대국이 자신의 안전을 지키고자 약소국의 운명을 과소평가하는 순간 약소국의 불행은 강대국의 불행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므로 다른 이웃국가의 불행은 절대 그들만의 불행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내일 모습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저자는 또한 약소국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스탈린과의 평화 조약을 믿고 오래 지속된 평화에 익숙해져있던 핀란드의 안일함을 꼬집는다.
저자는 핀란드가 침략을 받았던 배경에 '오랜 평화에 익숙해진 그들' 이라고 말한다.
약소국일수록 평화의 상태를 지키기 위해 더욱 경계해야 하거늘 그 익숙함에 국방을 소홀히 했기에 침략을 받았다. 다행이 핀란드는 지켜냈지만 다른 나라들은 히틀러의 공격에 무너졌다. 국가의 이익 앞에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는 사실을, 결국 우리나라는 우리만이 지킬 수 있음을 약소국인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진리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연설이 떠오른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는가?"
이 묵직한 책을 읽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과연 우리는 현재를 구하고 있는 것일까라는 깊은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저자가 인용한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의 말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실수가 되돌이될 뿐>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실수는 왜 과거로부터 반복되기 어려운가 씁쓸해진다.
《약소국의 제2차 세계대전사》는 90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다. 하지만 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는 건 쉬운 저자의 설명과 이해를 돕기 위한 많은 자료 사진들, 그리고 강대국의 관점이 아닌 약소국의 관점에서 보는 새로운 시각이 주는 신선함에 있다.
전쟁이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전쟁이 내일의 우리의 모습이 되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바램처럼 많은 정치인들이 먼저 이 책을 꼭 읽기를 바라며 또한 불안한 평화에 익숙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