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영 작가의 에세이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를 읽는다.
글로만 만나는 최진영 작가가 아닌 만년 꼴찌 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이며 사랑하는 연인 다크니스와의 에피소드, 그리고 글을 쓰며 겪는 인간적인 고뇌등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작가의 작업노트라고 하기에는 작가의 '비밀일기'를 들여다보는 느낌의 에세이다. 그래서일까. 작가 또한 초반의 다짐은 늘 동일하다. 자신을 글쓰기로 시원인 '일기' 그 일기쓰는 마음으로 매일 초심을 되찾는다.
일기 쓰는 마음은 나의 초심.
다시 그와 비슷한 마음으로 글을 쓸 수 있을까?
이제는 청탁을 받아야 쓴다. 언제나 읽을 사람을 전제하고 쓴다. 보여줄 글을 쓴다. 그런 글이 아닌 건 일기뿐.
초심을 잃지 말자.
일기를 쓰자. 날씨라도 쓰자.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작가가 정의하는 자신의 의미를 보게 된다. 북토크에서 독자들의 질문을 통해, 또는 모교 방문과 교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기도 하며 새로운 자신을 알게 되기도 한다. 4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과거에 대한 자신의 모습은 늘 새롭게 변한다. 경험이 덧입혀지고 새롭게 보게 되면서 작가는 늘 반문한다.
어떻게 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대학 시절에 어떤 학생이었는지 알게 되며 꺠닫는 건 늘 한 가지다.
우선 살아봐야 알 수 있다는 것.
살다보면 자신을 더 잘 알게 되고 과거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할 일은 현재를 하는 것 뿐이다라는 것.
책 곳곳에 작가가 말하는 '일단 살자'라는 문장들이 지금의 많은 고민을 하는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그러면 답을 찾게 되어 있다고 말이다.

사랑을 말한다면 최진영 작가의 프로 야구팀 꼴찌를 달리는 '한화 이글스'에 대한 사랑을 배우고 싶다.
매번 잘하는 사람과 팀을 응원하기 쉽다. 하지만 매번 지는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다. 하지만 작가의 사랑법은 다르다.
10연패를 해도 어쩌다 승리하는 기적의 1연승의 소중함을 알고 다시 시작하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은 팀의 간절함을 안다.
끝없는 팀의 부진을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좀더 사랑하는 편을 택해버리는 작가의 사랑법. 그래서 작가는 장편소설의 집필이 자주 늦춰지는 자신 또한 다르게 받아들인다.
비행기 지연이 결항이 아닌 이상 늦더라도 꼭 비행기가 출발할 것을 아는 것처럼 자신 또한 시작할 것을 안다.
꼴찌 한화 이글스가 도약할 일만 남은 것처럼 자신의 장편소설도 첫 삽을 떴으니 이제 도약뿐이라고 말하는 건 작가의 한화 이글스에 대한 사랑과 글에 대한 사랑법이 동일해서라고 말하고 싶다.
마치 사랑을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알려주는 교과서 같다고나 할까?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 에서 매번 글을 쓰기 위한 다짐들을 하고 글 이외에 관심이 덜한 저자의 고백 및 기후위기에 대한 저자의 고뇌 등이 곳곳이 드러난다. 매일 쓰자고 하지만 매일 쓰기까지 지금의 할 일을 하자고 되새김질이 필요하고 지연되고 있는 작업에서도 끝까지 할 수 있다고 말하며 자신을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화 이글스의 팬으로 사랑과 다크니스와의 새로운 시작까지. 동기부여 글이 하나도 없는데 어느 책보다 더 열심히 살고 싶게 만들어지는 문장들이 가득하다.
야구에 문외한인 나도 한화 이글스를 응원하게 만들고 싶고, 팬이 되려면 작가와 같은 마음의 팬이 되고 싶게 한다.
작가가 '우왕좌왕 했지만 결국 썼다'라는 경험처럼 나 또한 우왕좌왕하더라도 지금의 일을 해 나가라고 격려하는 듯하다.
그러니 지금을 살라고. 어떻게든 살아가자고 하는 작가의 다짐이 나의 다짐이 되게 한다.
지금을 살자. 아직 나도 늦어지고 있을 뿐 끝은 아니라고. 도약하는 한화 이글스처럼 나 또한 곧 도약할 수 있다고 말이다.
작지만 묵직한 이 작은 글 속에 무한한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