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휴학을 끝마치고 학교로 돌아간 지도 벌써 한 달이 넘었다. 나와 함께 입학한 같은 학번 동기들은 모두가 졸업해버렸을 줄만 알았는데, 지나가면서 간간히 예전에 친하던 친구들을 마주쳤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지난 시간의 회포를 풀며 서로의 안부를 묻기를 몇 번, 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이 졸업 한 친구들보다 많음을 알게 되었다. 로스쿨에 진학한 동기들, 고시를 준비하거나 붙은 동기들, 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동기들처럼 우리 과의 보편적 진로로 나아간 동기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아마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바로 창업을 준비하는 동기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휴학을 하는 동안 간혹가다 페이스북을 통해 그 친구가 뭔가 색다른 것을 준비한다는 사실은 알게 되었지만, 막상 "창업"이라는 색다른 길을 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니, 친하지도 않은 그 동기가 대견하게 느껴졌다. 법학, 행정학, 정치학, 경제학 등을 배우는 우리 과에서 "창업"을 준비한다고? 게다가 이미 학교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까지 했으니, 그간의 노력에 보상까지 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꼭 동기가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 중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 중 내가 소개하고싶은 선배는 고등학교 재학중에는 알지 못했던 분이다. 그렇지만 우리 학교 출신으로는 드물게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학을 갈 즈음해서 선배와 나는 어찌저찌 페이스북 친구가 되었고, 인스타그램도 맞팔을 하게 되었다. 영어를 좋아하고 해외 유학에도 관심이 있는 나는 선배가 미국생활에 대한 글을 올릴 때마다 관심있게 지켜보게 되었고, 선배의 삶을 멋지다고 생각하며 동경 비스무리한 것을 하기도 했다. 그런 선배는 페이스북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들과 소식들을 공유하더니, 지난 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스타트업에 뛰어들어 꿈을 펼쳐나가고 있다. 인생에대한 목표를 하나씩 이루고있는 선배를 보면, 잘 알지 못하는 분임에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
물론 그 둘과는 거의 대화도 나누지 않을 정도지만, 나는 이들에게 미래의창의 <스타트업 하고 앉아있네>를 선물하고 싶다. 이 책은 스타트업 기업인 슬로그업의 대표가 지은 책이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은 '기성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통해 가치를 만들고자 하는 신생 기업'이라는 의미로 폭넓게 쓰이고 있다. 즉 기존의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틀을 만들기 때문에, 자영업이나 일반 창업과는 다르다. 이 책은 스타트업 컴퍼니들을 위한 교과서같은 책이다. "교과서로만 공부했어요"하는 전국 1등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무언가의 요지를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것이 교과서다.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어봐도 도움이 됐으면 됐지 손해는 안 된달까? 이 책은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쏙 빼고, 스타트업을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어떻게 투자자를 확보할지, 제품은 어떻게 만드는 것이 좋은지, 어떻게 비용 절감을 하여 홍보와 마케팅을 할 것인지, 어떻게 서비스를 운영할지 등의 실용적인 팁들을 잔뜩 담았다. 온라인 컨텐츠에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스타트업을 홍보하기위한 수단을 설명해놓은 부분이 굉장히 유용하게 느껴졌다.
오늘 서울의 최고기온은 15도, 하루만에 기온이 6도나 떨어지다니. 니트에 후드티까지 껴입고 나갔는데도 쌀쌀함이 느껴졌다. 지하철역 밖으로 나와 폐에 쌀쌀한 가을 공기를 채우기 위해 고개를 들고 숨을 들이켰다. 고개를 들어 눈길이 간 곳에는 엄청나게 큰 현수막이 걸려있었고, 현수막에는 재학중인 학생중에서 창업을 한 학생들의 이름과 과, 학번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신기하게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름은 동기의 이름이었다. 동기의 이름 세 글자가, 참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신의 꿈을 펼치기위해 노력해온 그 동기에게, 또 자신의 인생 플랜을 잘 설계해서 창업을 준비하는 선배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고싶다. 이 책은 집안에서 빵빵하게 지원해주는 사람들이 아니라 진짜 평범한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저자는 말한다. 돈이 없고, 실패가 두렵다고 가슴 속에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그런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성공해보자. 이 책이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