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반도 역사를 이었으며, 오늘날 대한민국 문화와 역사의 근원이 된 고구려, 백제, 신라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것은 살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뿌리를 알고 이해를 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현재의 이치가 되고 더나아가 미래를 짐작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나라에 넓은 고구려 영토를 떼어주었기에 삼국통일이라기보다는 엄밀하게 말하면 삼한통일이다, 라고 말들하겠지만, 어쨌거나 삼국 중 가장 약소국가였던 신라의 지략이 삼국을 통일로 이루었으며, 거의 천 년이라는 길고도 위대한 역사를 이어 고려왕조의 탄생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도서의 저자 이은식님은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아낸다는 본인의 말을 실천에 옮긴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우리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을 때 비로소 강대국의 반열에 섰다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고려와 조선에 대한 왕조실록은 있지만, 신라에 대한 왕조실록은 현재 남아 있지 않다. 저자는 수많은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그 노력의 끝에 이 도서를 출간하게 된 것이다. 이 도서, '신라왕조실록'은 4권으로 이루어진 대서사시 같이 방대하고 내용 또한 상세하며, 오랜 기간 정보를 수집하여 엮어 그런지 그 노고가 이미지와 각종 표와 엄청난 기록에 의해 드러났다. 더불어 독자들은 이 도서를 접하게 되면 여러모로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제대로 된 역사서는 정말 재밋고 흥미로워서 눈이 달고 막힌 마음을 뚫어준다. 몰랐던 사실이 대부분이다. 여태 대학입시만을 위해 접했던 삼국의 신라는 껍데기에 불구하다. 깨알 같은 당시의 모든 상황의 시작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왕의 가계도나 신라의 여러 제도와 역사 변천 과정 등 수많은 정보를 아우르는 엄청난 도서라 생각한다. 이 도서를 편찬하기까지 저자의 수고가 얼마나 대단했으며, 제대로 된 역사서를 편찬하기 위한 노력 자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도서이다.
1대 왕 박씨 혁거세를 시작으로 38대 왕 김씨 경순왕에 이르기까지 모든 왕들을 중심으로 신라의 찬란하고 기나긴 발자취를 체험하게 되어 뜻 깊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 뒷 부분에는 부록으로 관등이니, 관직의 변천사니, 시대별 지명 변화 등 다양하고 깊숙하게 숨쉬고 있던 신라의 호흡이 담겨져 있다. 이 도서를 통해 '아, 역시 전문가는 전문가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예전에 징비록이나 난중일기 같은 시대적 기록물들을 읽으면서 그 재미에 좀처럼 책을 손에서 떼기 힘들었는데, 이 도서는 한 술 더 떠서 재미도 있거니와 상식과 지혜의 총집합체 같다는 느낌이다.
호칭이 주어지면 그에 대한 유례도 있고, 어느 한 부분을 짚어서 참 좋다, 라 말하기 아까울 만큼 신라 역사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들은 죄다 등장했으며, 그 역사 연출자에 대한 인물 소개와 역할들이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전문 역사가에 의한 훌륭한 교양서이며, 동시에 역사를 대중화시키는데 크게 일조할 만한 책이다. 이 도서를 접하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아직 읽어보지 못했던 각각 500년 역사의 고려와 조선왕조실록, 그리고, 고구려와 백제왕조실록도 접해보고 싶다. 역사는 지루하고 까다롭고 고리타분하다는 고정관념을 깨우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역사 기록물들이 세상밖으로 많이 출간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백제도, 골품제, 화랑도, 장보고, 마의태자 등등 많은 사람들 눈과 귀에 익숙한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지루함은 별로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