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지구에 사는 다른 생명체처럼 자신의 육체도 부패하는 유기물로 이루어졌다는 깨달음으로 의식이 충만해졌던 느낌을 기억했다. 그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녀는 완전한 자유를 느꼈다. 위에서, 내면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리라고 속삭이는 것처럼. 그 순간 자신이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와 미끄러지듯 지면으로 낙하하는 잎사귀가 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지면에 도착하면 부패가 시작되리라.- P97
인간이 가질 자격도 없고 가져서도 안 되는 지위를 인간의 육신에 기어이 부여하게 만드는 절망에는 예사롭지 않은 것이 있다고 마야는 늘 생각했다. 껍데기인 육신 외에 자신의 본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절망. 삶에서건 죽음 앞에서건 그 육신을 놓아버리지 못하는 우리를 보여주는 절망.- P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