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연구자가 보기에는, 혹은 놀랍게도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보기에도, 벤야민이 말한 ‘정보‘는 지식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언론인이자 작가인 데이비드 울린David Ulin은 버락 오바마가 햄프턴 대학교 학생들에게 했던 말을 인용한 적이 있지요. 여기서 오바마는 우리젊은이들 다수에게 이제 정보는 "힘을 주는 도구도 해방의 도구도 아닌 주의분산과 기분전환, 일종의 오락이 되었다"고 걱정했습니다.- P128
나의 학생들은 오락 속에서 헤엄만 치다 보니, 정작 자신들이 가치 있게 여겨온 모든 것을 의심해보고 삶의 새로운 방식을 바라볼 기회로부터는 차단돼왔다. .... 그들에게 교육이란 그저 아는 것이자 거만한 관객이 되는것일 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관한 소크라테스식 대화는 결코 아니다.- P128
어려운 생각들을 글로 옮기는 일에 평생을 바친 칼비노는 언어의 복잡성이 우리에 의해 ‘납작해져서는’ 안 된다는 호소를 남겼습니다.
언어의 미래는 작가들이 어렵게 얻은 생각으로 우리를 이끄는 단어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가는 것과 함께, 독자들도 그에맞춰 최선의 사고를 읽으려는 노력을 계속해나가는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P143
언어와 사고가 위축되고 복합성이 줄어들며 모든 것이 점점 같아질 때, 우리의 사회 정치는 종교 조직이나 정치 조직 내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든, 그보다는 덜 명확하게 광고주들로부터는 큰 위협을 받게 됩니다.
집단이나 사회 또는 언어 내의 동질화는 잔인하게 강제되는 미묘하게 강화되든, 결국 다른 것, 즉 ‘타자‘라면 무엇이든 제거하는 방향으로 치닫을 수 있습니다.- P144
저는 우리 문화가 보여주는 언어 동질화의 경향이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지요. 여기서 동질화란 저자들이 단어를 선택하는 폭이 좁아지는 것부터, 원고의 길이가 짧아지고 복합 구문과 비유적 표현이 제약받는 것까지 다 포함합니다. 복합 구문과 비유적 표현은 모두 배경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이제는 쉽사리 구사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는 공유되지 않는 지식을 전거典據로 삼는 은유와 비유가 가득한 책과 시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그가 물었습니다.
하나의 문화가 공유하는 암시(성경, 신화, 우화에 나오는 은유, 시구, 등장인물)의 목록이 줄어들고 점점 사라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 언어를 구사하는 이 박식한 출판인이 계속해서 묻더군요. 만약 ‘책의 언어‘가 지금 문화의 인지적 스타일(빠르고 지나치게 시각적이며 인위적으로 끝을 잘라낸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글쓰기도 변하고 더불어 독자, 작가, 출판사, 언어 자체도 변할까요? 지금 우리는 다양한 직군에서 비교적 고차원의 언어로 구현되던 지적 수준이 뒷걸음치기 시작한 것을 목도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하여 불운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마냥, 갈수록 작아지는 스크린 위의 읽기가 요구하는, 부지불식간에 좁아드는 규범에 우리를 맞추게 되고 말까요?- P145
따라서 문제는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단어의 양이나 읽는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읽는 양이 읽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과, 읽는 양과 방식이 우리가 읽고 기억하는 것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가됩니다. 더욱이 그 영향은 우리가 읽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읽는 것은 사슬의 다음 연결고리인 쓰는 방식마저 바꿔놓습니다.- P149
문제는 학생들이 어려운 비판적, 분석적 사고를 견디는 인지적 인내심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인지적 끈기를 얻지 못하는 일까지 같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앤절라 더크워스가 이런 현상에 ‘그릿‘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유명해졌지요).- P155
하지만 예전처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성찰로 위로받거나, 켄트 하루프나 웬델 베리의 책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은 사라졌습니다. 그런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지구의 리듬과 인간의 사랑, 그리고 시련을 견뎌낸 덕성스러운 사람들의 차분한 통찰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무런 일도 제겐 일어나지 않았지요. 그들의 관조는 저의 불안한 기분과 들뜬 마음을 다독여주었습니다.- P161
UCLA 심리학자 퍼트리샤 그린필드 PatriciaGreenfield가 증명했듯이, 어떤 매체에 노출된 시간(함께 보낸 시간)이 길수록 매체의 특성(행동유도성)이 이용자(학습자)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은 커집니다. 매체는 피질에 정보를 전하는 메신저로서 아주 초기 단계부터 피질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P176
... 멀티 태스킹을 하다 보면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중독의 구멍으로 빠져든다. 이것은 뇌의 새것 중추가 반짝이는 새로운 자극을 처리하고 보상을 받으면서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은 하던 일을 계속하고 싶어하고, 지속적인 노력과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보상을 얻고 싶어 하는 전전두엽 피질에는 해롭다. 우리는 장기적 보상을 좇고 단기적 보상은 포기하는 방향으로 우리 자신을 훈련시켜야 한다."- P178
레비틴이 이야기하듯이,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이렇게 끊임없이 새롭고 감각적인 자극에 둘러싸여 있을 때는 지속적으로 주의집중 과잉상태에 놓이게 됩니다. 그는 "멀티태스킹은 뇌가 초점을 잃고 부단히 외부 자극을 찾는 것을 효과적으로 보상함으로써 도파민 중독의 되먹임 회로를 만들어낸다"고 설명합니다.- P180
우선 자연적인 무료함이 있지요. 이것은 유년기의 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종종 자기 나름의 오락거리와 단순한 재미를 만드는 추동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수년 전에 발터 벤야민은 이런 무료함을 "경험의 알을 부화하는 꿈의 새" 라고 묘사했지요.- P180
우리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최신의 고성능 전자책과 기술적 혁신을 쥐여주면 오히려 자신이 읽은 것으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신만의 창의적 오프라인 세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동기화와 시간을 박탈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P181
그는 주의 기반 학습력 결핍으로 진단되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오늘날 진단기술이 좋아지고 조기 진단이 가능해져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사이에 새로운 유형의 주의력 결핍이 생겨난 결과일 수도 있다고 걱정합니다.- P184
아마 예측하셨겠지만, 주의결핍 증세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전전두엽의 억제 체계에 중요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이 시스템은 멀티태스킹에관여하는 정신적 전환 장치에 필수적인 요소이지요.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의결핍으로 진단받은 아이들은 한 가지 과제에 집중하는 능력이 낮습니다. 다른 과제들에 주의가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디지털 세계에 아이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세요. 그 때문에 평범한 아이들마저 주의결핍 장애가 있는 아동과 비슷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P184
폴드랙 등이 진행한 이전 연구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상당한 ‘두뇌 비용‘(즉 어떤 것이든 심층적으로 처리하는 능력을 잃는 것)을 지불하지 않고는 업무를 전환할 수 없음을 보여주었지요. 하지만 폴드랙의 최근 연구는 디지털 세상에서 자란 청소년의 경우에는 이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만, 하나의 업무를 충분히 훈련 받았을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P185
그녀는 동일한 이야기를 인쇄물로 읽느냐, 스크린으로 읽느냐에 따라 학생들의 독해력에 중요한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디지털 읽기를 선호한다고 했지만, 자신이 읽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인쇄물이 나았습니다.- P189
계속 새로워지는 스크린 위의 정보를 모두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기억 능력이 점차 감퇴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P191
"서사가 책에서는 필수조건인 반면 인터넷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터넷에서는 병렬선택, 하이퍼텍스팅, 무작위적인 참여가 더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녀는 스크린을 통한 입력은 "우리 뇌에 말이 아닌 이미지와 그림으로 도착하는 만큼, 수신자가 그것을 추상적으로 이해하기보다 곧이곧대로 바라보게하지 않을까?"라고 묻습니다.- P193
아이들의 경우 처리할 정보는 점점 늘어나는 반면 그것을 처리할 시간은 줄어들면서 아이의 주의와 기억의 발달에 최대 위협이 되기 십상입니다. 그렇게 되면 보다 정교한 읽기와 사고의 발달과 사용에도 심각한 역작용이 초래됩니다. 깊이 읽기 회로의 모든 것은 상호의존적이니까요. 만약 아이들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외부의 지식원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면서 내면에 누적되는 지식이 줄어든다면, 그들이 이미 아는 것과 처음으로 읽는 것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발견하고 정확한 추론을 끌어내는 능력에도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뭔가를 안다고만 생각할 테지요.- P196
청소년들이 외부의 지식원에 너무 일찍부터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지적 발달이 방해받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나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전통적인 유형의 지식원에만 과도하게 너무 오랫동안 의존하도록 가르칠 경우엔 아이들이 디지털 문화에서 기량을 키워가는 것이 방해받게 되지요. 결국 아이들의 지적 발달은 두 원칙 사이에서 계속 진화해나가면서 사려 깊은 균형을 찾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P198
여러분이 아이에게 말을 할 때 아이는 자기 주변의 단어들에 노출됩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반면에 여러분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는 다른 곳에서는 결코 들어본 적이 없는 단어와, 자기 주변에서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문장에 노출됩니다. 책 속의 단어만 그런 게 아닙니다.
이야기와 책의 문법이며, 리듬과 운율이며, 말 놀이 동시이며, 노랫말이 다 여기에 해당됩니다.- P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