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산초님의 서재
  • 대신 사과해드립니다
  • 고요한
  • 15,300원 (10%↓850)
  • 2026-10-15
  • : 2,030
진심마저 외주를 주는 시대, 소설은 ‘사과 대행업’이라는 기발하면서도 씁쓸한 설정을 통해 관계의 취약성을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은 인간관계에서 가장 무겁고도 원초적인 행위입니다. 하지만 작품 속 인물들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 사과의 말을 맡겨버립니다. 얼굴 없는 대리인이 전달하는 정중한 문장들은 겉보기에 갈등을 봉합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진심의 공백과 더 깊어진 고립감이 남습니다.

고요한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경쾌하게 끌고 가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서늘한 질문이 뒤따릅니다. 우리는 갈등을 피하려다 가장 소중한 회복의 기회까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편의라는 이름 뒤에 비겁하게 숨어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만듭니다.

대행된 사과의 끝에서 결국 마주하는 것은 ‘내 몫의 상처와 책임’입니다. 타인을 경유해서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마음에 대해, 그리고 진짜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용기에 대해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입니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