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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w0515님의 서재
  • 한계령
  • 정덕수
  • 13,500원 (10%750)
  • 2023-12-05
  • : 150
한계령

정덕수 시집
스타북스



시인에게 종이는 커다란 귀를 가진 친구가 아닐까. 열마디 말보다 짧은 싯구 하나가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음을 알아주는, 나를 알아주는 친구.

한계령을 소재로 한 시라니 처음엔 궁금했다.

그런데 시를 읽다보니 시마다 같은 한계령인데 다 다른 느낌을 가진 장소인것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반복해서 드는 생각은 처량하고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 왠지 맑고 밝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종일 헤매던 가시덤불에 찔리고 피가 나는것도 결국 애증의 꽃으로 피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일상의 고통으로 단련되는 희망을 향해가는 길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시집은 특이하게도 뒷부분에 시인 자신의 이야기를 산문으로 담고 있다.

산문에도 다 담지 못한 그 긴 이야기들이 시로 잘 표현된 것 같다.

정덕수 시인의 주변엔 참 아름답고 멋진 사람들이 많았던것 같다. 비록 어려운 가정환경.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뭇치는 슬픔을 가슴에 담고 있었지만 그 속에서도 서로를 아껴주고 챙겨주는 아버지와 형제간의 사랑이 독자로 하여금 따뜻함을 느끼게 하였다.

누구보다 부지런히 사철 다른 일들로 바쁘던 큰아버지와 아버지. 그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며 시인은 성장했다. 어른들의 뒷모습은 커다란 기둥이 되어 시인을 감싸주었고 한계령은 시인에게 품을 내주며 감정을 성숙시켜주었다.

나는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숲을 두번 가봤다. 두번 다 너무 좋아서 매해 가고싶을 정도이다. 그곳의 시원한 공기가 좋고 바위 위에 덮인 이끼가 평화롭게 시간이 흘러가는 그곳의 정취를 느끼게 해준다. 다람쥐도 새도 여유롭게 지내는 그곳이 참 좋다.

한계령은 가보지 않았지만 내가 떠올리는 그곳은 오대산 처럼 조용히 품을 내어주는 곳이겠지. 그 속에서 시인도 길을 잃지 않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나도 내 마음 속에 한계령 같은 곳을 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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