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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asongbook
  • 아주 사적인 여행
  • 양주안
  • 15,120원 (10%840)
  • 2023-06-21
  • : 1,337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갔다. 꿈이..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고, 가깝다고 여겼던 이들의 오해와 불신은 상처에 들이부은 식초였다. 나는 무얼해야하나...의욕은 쓰나미에 쓸려 가뭇없이 사라졌고,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살아보자니 먹는 것과 자는 것으로 스트레스가 쏠렸다. 

 

 양주안 작가의 책이 배송되었다. 잠 못 들어 날밤을 또 새느니 책이라도 읽자고 펼쳐 들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최민석 작가의 여행기를 읽은 뒤라 큰 기대감은 없었다. 와인 반병과 치즈 1조각, 꼬깔콘 오리지널, 군옥수수 맛 각각 1봉이 활자와 함께 사라졌다. 책의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그날은 잠이 쉽게 들었다. 책 덕분인지, 배가 불러서인지 이유를 몰랐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졌다. 몸이 개운 한 걸 볼 때 신경이 안정되어지고 소화도 잘 되었나보다. 아마도 조곤조곤한 작가의 이야기가 거칠어진 내 마음을 토닥여주었나 보다. 

 

 양주안 작가의 글에서 만난 그의 할머니와 엄마가 나에게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셨다. 양주안 작가 할머니는 이번에 책에서 만났지만, 엄마는 2년전 쯤 그의 인*그램에서 보았다. 나는 '희생적 뒷바라지 엄마'를 졸업하고 충실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했다. 아들은 자취를 시작하더니 장학금이란걸 타왔다.

 

 나의 연세?에 꿈을 찾아 허우적거리를 게 철없고 꼴사납다. 게다가 실패는 필수다. 며칠을 좌절 속에 뒤척이다 한 밤에 양주안 작가의 아주 사적인 여행과 와인과 꼬깔콘을 먹어 치웠다. 넘어져도 일어나 툴툴 털고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보자. 사는게 뭐 별건가. 도전하는 엄마, 할머니의 모습이 아들과 장래 손주들에게 줄 가장 큰 선물 아니겠는가.

 

 오늘도 새벽에 눈을 떴다. 양주안 작가의 글은 폭신폭신한 흙밭 같았다. 뛰어놀고, 뒹굴고, 꼬물꼬물 기어가는 것들을 만지작거리다 드러누워 이국의 하늘을 바라보게 해 주었다. 허무맹랑한 교훈이나 하나마나한 위로는 한 줄도 없었으나, 숙면과 함께, 다시 해 보자는 마음이 솔솔 피어나게 해 주었다.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갔다. 인생의 조연들에게 받은 오해와 상처는 흘려보내고 소중한 사람들에게로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본다. 양주안 작가의 말처럼 시대를 불문하고 삶은 버거운 것이다. 운동화 끈을 꾸역꾸역 다시 묶는다. 양주안의 정원에서 걸어 나와 이제 나의 정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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