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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림셀러
- 아우구스토 쿠리
- 9,000원 (10%↓
500) - 2009-06-26
: 450
해가 뜨지 않은 새벽, 등불을 들고 강 위를 헤쳐나가는 소년... 그리고 그 옆에 고요히 떠 있는 작은 섬과 하얀 새... 표지부터 마음을 끌어당기는 뭔가가 있었던 것 같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고요하고 편안해지는 이 책에 나도 모르게 호감이 갔다. 책을 다 읽은 후 이 표지가 책 내용과 얼마나 잘 부합하는지 알고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드림셀러", 즉 꿈을 파는 남자와 그의 제자들의 여정을 그리고 있는 이 책은 첫 페이지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묘한 책이다.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반영하듯 높은 빌딩에서 한 남자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의 자살을 막기 위해 경찰서장과 정신과 의사들이 대동되지만 어느 하나 그의 자살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빌딩 주변에는 사람들이 사람들이 모여 있다.
흔히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는 한편, '죽음'이 인간적인 고뇌와 혼란을 단번에 없대주는 마법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고통을 증오하지만 고통 자체에 대해서는 강한 매력을 느낀다. 또한 사고나 오명, 비참한 상황들을 단호히 거부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관심을 가진다. 자살도 마찬가지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충격으로 인한 번민과 불면의 밤을 걱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끔찍한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려 한다.
자살을 시도하는 한 남자를 그린 소설의 도입부도 신선하고 충격적이지만,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맛깔스런 입담과 남다른 통찰력도 마음을 빼앗길 만하다. 나오는 하나하나의 문장을 마음에 담아 오랫동안 되새기고 싶다.
평소 파울로 코엘료의 책을 좋아하는데, 이 소설은 코엘료류의 메시지에 소설적 구성과 재미를 갖추고 있는 것 같다.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우선 재미면에서 그렇다. 소설에는 꿈을 파는 남자와 자살 시도자 외에도 바르톨로메우, 에드송, 지마스 등 여러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개성 또한 강하다. 20년 이상 술에 찌들어 살았던 알코올중독자 바르톨로메우, 물건을 훔치는 것이라면 신의 경지에 달했다 할 수 있는 천사의 손 지마스, 신의 권능에 사로잡혀 기적을 행하는 데 목숨을 건 에드송 등등. 술에 취해 중심을 잃고 넘어진 바르톨로메우가 자기 밑에 깔린 노파를 치한으로 몰거나, 물건을 훔쳐 경찰서에 들어간 지마스가 무죄로 풀려나는 장면이나 신경강박증에 걸린 살로멍을 제자로 삼는 여러 가지 일들이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힌다.
"정말 못 말리는 사람이군요. 축하합니다! 당신처럼 똑똑하고 영리한 사기꾼은 처음 봅니다."
그러고는 다른 약속이 있다며 재빨리 사례금을 받으려 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사의 손'은 그의 동공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자연스럽게 형사에게 했던 행동을 반복했다. 즉,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오른쪽 검지로 입술을 스치면서 휘파람 소리를 낸 다음, 그 손가락으로 자신의 이마를 톡톡톡 쳤다. 변호사는 너털 웃음을 터뜨리며 농담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지마스는 이전의 동작을 반복했다.
"어서 계산을 끝냅시다!"
변호사가 화난 듯 말했다.
'천사의 손'은 다시 한 번 그 동작을 반복했다. 더 이상 변호사도 화를 삭이기 어려운 듯했다. 변호사는 그를 고발하겠다고 혐박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를 고발하겠는가? 이미 변호사는 자신의 의뢰인이 정신장애자라고 형사에게 거듭 강조하지 않았던가.
신경강박증 환자에게 어떻게 꿈을 팔아야 할지 몰랐던 우리는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학식이 많은 내가 가장 뻣뻣한 자세로 있었다. 그때 산전수전을 수없이 겪어왔던 '꿀처럼 달콤한 입술'이 갑자기 자세를 낮추더니, 땅바닥에 난 작은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했다. 그러나 젊은이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바르톨로메우는 바보가 된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젊은이는 구멍 속에 손가락을 쑤셔 넣는 행위를 계속했다.
갑자기 에드송이 등을 돌리더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고 손바닥으로 입을 막았다. 그런 '기적을 행하는 자'를 보고 엄청난 충동을 느꼈는지, 젊은이가 얼어서더니 그의 오른쪽 귓구멍에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그러자 '기적을 행하는 자'가 비명을 질렀다.
"악마여, 내게서 떨어져라. 내 몸에 손대지 마!"
이 소설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누구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문제를 삶의 기쁨으로 승화해나가며 웃음이 가득한 긍정적 삶을 살아간다. 책 속에 나오는 "비록 포도주가 떨어질지라도 삶은 언제나 축제였다"는 메시지는 아직도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안겨준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지만, 그 문제들을 삶의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많은 요소들이 있었다.하지만 그런 기회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계속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들을 욕망해오지 않았나 싶다. 생각해보면 진정한 삶의 기쁨이란 우리 주변에 있는 사소한 것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것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개인의 선택 문제일 뿐이었다.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회사는 없었다. 연애도 할 수 없었다. 조롱의 대상인 남자에게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타인에게 배척당하며 지금껏 살아왔다. 하지만 스승이 예견했듯, 그는 정말 강인한 사람이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온갖 고난을 겪었지만 좌절하지 않았으며, 나처럼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삶에는 여러 중요한 사건들이 있었지만, 사회에서 따돌림을 받고 고통스러웠던 시기를 제외하면, 즐겁게 살며 인생을 즐기는 법을 깨우쳤다. 그는 스승의 제자들보다도 멋진 삶을 살고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현대판 예수와 그의 제자들의 여정을 읽고 있는 듯했다. 종교적 색채가 강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을 제자로 삼고 사람들에게 영혼의 빛을 안겨주는 그들의 여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은 듯하다. 이 책에는 아주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많이 나온다. 하나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들임에도 유머러스하고 해학적으로 그려져서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때로는 크게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 읽고 난 후 마음에 남는 메시지는 깊고 강렬했다. 흥미와 삶의 지혜, 영적 메시지와 지적 호기심을 두루 만족시키는 <드림셀러>와 같은 책을 만났다는 것은 내게 행운이었다. 내 생의 단 한 권의 책을 꼽으라면 두말없이 이 책을 꼽지 않을까 싶다.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싶다.
ps.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는 그림은 박항률 화백의 그림이었다. 전시회에 가지 않고서는 접하기 어려운 그림, 좋아하는 화백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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