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복자에게
하온북 2022/01/10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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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자에게
- 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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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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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에 들린 @check2dang 에서 문자가 왔다. 12월에 북토크가 있다고. 북토크 이름은 굿바이 편독 (굿독). 평소에 읽는책만 읽지않고 다양히 읽는 모임인듯. 12월의 책이 복자에게 였고, 때마침 강의를 마치고 수의학 도서관에서 책을 구경하러 온 내 눈엔 신착도서인 복자에게 가 보여 홀린듯이 북토크 신청을 하고 책을 빌렸다.
복자에게 는 내가 굿독 같은 프로그램이 아니면 선뜻 먼저 찾아빌릴 책은 아니다. 일단 소설이고 (난 아직도 문학이 어렵다) 여성의 고단한 삶과 직업속 이야기란 소개사가 현재 내가 별로 읽고 생각하고 싶은 책은 아니라 생각했다. (몇년전에 82년생 김지영과 며느라기 덕에 한번 과몰입과 앓이가 심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읽기 잘했다.
난 일단 이 책이 담은 내용에 비해 얇다는것에 놀랬고 (어릴때 친구였던 두 여자가 판사와 산업재해 피해자로 만나 연대하는 이야기라면 최소 3,400쪽은 될줄알았다) 그리고 그들의 우정 이야기가 담백하고 생각보다 분량이 적은것에 놀랬다.
제목은 복자에게 인데
주인공인 이영초롱과 고모와의 관계, 고모와 그의 친구와의 관계, 영초롱과 동네친구 고오세와의 썸, 복자의 해녀 할머니가 복자, 영초롱, 영초롱 고모에게 준 영감, 그리고 영초롱과 양선배간의 관계가 더 분량상으로 많이나온다.
그들은 구질하지 않다. 특히 복자는 판사인 영초롱에게 절대로 자신을 봐달라 매달리지 않는다. 심지어 둘 사이 대화도 미니멀하다. 그래서인가 복자와 영초롱의 어린시절, 재회후 대화와 만남의 짧은 순간들을 정말 유심히 보게되었다. 단어 하나, 작은 감정의 진폭 하나하나에 눈을 맞추고 집중하며 이들을 따라가게 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빨리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후루룩 읽고 승소 혹은 패소 이런게 중요한 책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실 내가 한국소설은 다소 무기력하고 밍숭맹숭하다 느껴왔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중요한건 사건의 진행과 결과가 아닌, 제주도라는 배경 속 생명력 넘치는 사람들과 그들이 서로를 아끼고 걱정할때 내는 빛 자체였던 것 같다. 그래서 법정소설인데 그 흔한 법정공방 신도 없고, 곁다리같다 첨에느낀 고모이야기나 고오세의 어린시절 고백불발 이 더 많이나온것같다.
관전포인트가 다르니 여운이 길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인상적이었던건 인물들의 불행과 비극 위에서 그들을 감싸는 제주도라는 배경 그 자체였다. 내가 언제 이렇게 소설 배경이 제 3의 주인공같이 여겨지는 책을 보았던가 싶을정도로 인물들이 밥을먹고, 차를마시고, 울고웃는 그 모든 곳에서 제주도의 자연은, 그리고 로컬 사람들의 정은, 그들의 사투리는 빛났다.
내 굿바이 편독의 시작은 나와 정반대 독서취향을 가진 패이커를 따라하며 시작되었지만, 이제는 궂이 페이커가 읽지 않았더라도 (또 계속 안읽을거라 해도) 내가 넘고싶은 허들들이 많아졌다.
요새야 비로소 그 상투적인 말이 내 인생서 진심으로 빛난다.
책은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
진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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