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서른살 무렵,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카프카가죽은 나이까지는 살게 해달라고 빌었다. 그런데 하느님은내 소원을 잘못 알아들으신 것 같다. 카프카가 쓴 것처럼쓸 수 있을 때까지 살게 해달라는 이야기로. 그리하여 나는그 누구보다 오래 살고, 어쩌면 영원히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 불미스러운 장수와 질 나쁜 불멸에 나는 곧 무감해질 테지. 문학은 나에게 친구와 연인과 동지 몇몇을 훔쳐다주었고 이내 빼앗아버렸다. 훔쳐온 물건으로 베푸는 향응이란본래 그런 것이지, 지혜로운 스승은 말씀하실 테지만 나는듣는 둥 마는 둥, 소중한 것을 전부 팔아서 하찮은 것을 마련하는 어리석은 습관을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2012년 8월진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