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는 잘리기 전과 크게 다를 게 없겠지만 속이 텅 빈 듯 가벼웠다. 발로 한 번 팍 밟으면 완전히 바스러질지도 몰랐다. 나는 나뭇가지를 있는 힘껏 멀리 던졌다. 하지만 그건 바다에도 가닿지 못했다.- P27
"그래도 말했어야지."
"뭐하러 그래. 별일도 아닌데 괜히 걱정하고. 마음 졸이고."
진영은 다시 또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바람이 너무 많이불어서 불을 붙이는 데 좀 애를 먹었다.
"마음 졸이게 했어야지."
"뭐하러."
"같이 졸이게 해줬어야지."
나는 더 할말도 없고 더 하고 싶지도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 그만 가자."
진영은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P30
"근데,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
"뭐가?"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내가 아무 말 않고 있다가 모든게 다 지나간 다음에 결과만 딱 알려주길 원하냐고."
나는 곰곰 생각해보지도 않고 "그래" 하고 대답했는데, 그뒤로한참이나 진영이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곰곰 생각할 시간이나서 생각해본 다음에도 대답은 여전히 그래, 였다.-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