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인 내게 김사량의 탈출이 지극히 문학적으로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김사량은 국경을 넘어 알 수 없는 미래의 공간으로 탈출했다.
그 새로운 미래는 그가 한번도 가지지 못했던 언어로 구성됐다. 작가라면 이게 얼마나 매혹적인 일인지 알 것이다. 작가가 목숨을 건다는 건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P182
"이 세상에서 별빛이 가장 많은 곳이 어딘지 아세요?"
물론 나는 모른다. 아는 게 많지 않다.
"페루의 띠띠까까 호수에 가면, 섬이 있어요. 그 섬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어요. 너무 환해서 잠을 못 잤어요."
별들에 관한 이야기라면 나는 언제나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그때는그 말이 더 좋았다. 이 세상에서. 멋진 말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바로 이 세상이니까. 그리고 이 세상의 끝에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있다.- P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