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봄날씨다. 하지만 일과 가정에 충실해야만 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으니 한탄만 하지만, 가끔은 그런 충동과 숲속 같은 한적하고 시원한 곳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에 못이겨 근교에 꽃구경을 하러 떠난다. 흩날리는 꽃잎보다 많은 것은 (나처럼 현실도피로 나왔을거라 추측되는) 사람들이다. 오히려 가중된 스트레스에 하루가 망한 것 같다.
감사한 이벤트로 접하게 된 [매일 읽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라는 책은 짙은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컴퓨터 작은 화면만 바라보다가 저녁이 되면 집으로 돌아오면 삶의 굴레는 작은 틀 안에서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는데, 시원한 밤공기에 들이키는 맥주와 함께 이 작은 책은 먼 곳으로 떠나지 않아도 숲내음이 불어오고 새소리가 들리는 듯한 들뜬 마음을 갖게 했다. 마치 성경처럼 한구절 한구절이 나에게는 너무나 절실했던 위안처럼 느껴졌고 빽빽하지 않은 넓은 여백을 보니 답답한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언젠가 월든을 읽다가 도중 흥미를 잃어 완독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은 ‘월든같은 청량감이 듬뿍 담긴 책이 읽고 싶지만 다 읽기는 벅찬’이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이라도 한 듯 시대별이 아닌 날짜별로 구성한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완독이라는 개념을 떠나 책 제목 그대로 매일 읽게 될 것 같은 이 신박한 구성은 기독교가 아닌 내게도 평생 두고 읽을 성경같은 존재의 무언가가 생긴 기분이랄까. 물론 소로가 살았던 1800년대에 비해 지구 온난화 탓으로 높아진 기온과 한국과 보스톤이라는 지리적 차이 때문에 지금과는 약간 동떨어진 계절이나 날씨의 묘사가 보이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나에게는 이국적 풍경을 상상하게 되는 멋진 그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