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이 넘게 지속되는 코로나로 인해 집에서만 보내게 되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유행하는 드라마를 챙겨보며 무료하게 보내는 나날도 이제 슬슬 지겨워질 무렵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고 이 참에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취미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눈에 띈 책 한권, 제목도 성격 급한 나에게 딱 어울리는 무려 ‘하루만에 완성하는’ [유화의 기법]이다. 오래전부터 유화에 관심은 참 많아서 여기저기서 물감과 붓은 하나씩 사서 모은 적이 있지만, 연필이나 파스텔 같은 건식재료에 비해 한참 어려워 보이는 탓에 시작해볼 엄두는 내지 못하고 있었다. 장마 속 햇살 같은 책 한권을 만나게 된 걸 기회로 삼아, 유화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먼저 책을 살펴보면, 저자는 오오타니 나오야라는 일본의 젊은 작가로 무려 도쿄예술대학에서 유화를 전공하고 여러차례 개인전 이력이 있는 촉망받는 자이다. 저자는 실제 유화 테크닉을 가르치는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단 6가지(+다른 느낌의 흰색 2가지)의 색상으로도 거의 모든 걸 표현해낼 수 있는 폭 넓은 색상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상세히 기술한다. 물체의 톡톡 튀는 색을 담아낼 수 있는 고유색 3가지 색상과 입체감을 위해 음영을 만들어줄 음영색 3가지를 이용하여 다양한 혼색의 그라데이션을 보여주며, 유화의 기본을 알려준다.
본론에서는 실제 작가가 사용하는 유화 테크닉을 알려준다. 간단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들을 실제처럼 표현해내기 위해, 그림을 돋보이게 해줄 모티브의 위치와 데생하는 방법, 그림자의 위치를 이해하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물감을 하나씩 캔버스에 올려가며, 완성하기까지 그림을 풀어내는 방법을 한 장면 씩 상세하게 묘사하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동영상을 보는 듯이 테크닉에 대한 묘사가 글과 사진으로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작가의 손놀림 하나에도 그림이 살아나는 듯한 점이 흥미로웠다. 서론에 소개된 단 6가지 색상과 흰색만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물과 풍경을 그려낼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점점 더 유화에 도전해 볼만한 자신감을 불어넣어주었다.
마지막 챕터는 사진의 풍경을 캔버스에 옮겨 넣는 법을 자세하게 실었는데, 이 챕터에 나오는 테크닉을 유용하게 활용한다면 언젠가는 마음에 드는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내 조그만 희망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도구는 갖추었지만 막상 유화가 어려워보여 시작할 엄두를 못내는 분이나, 유화에 관심은 많지만 어떤 도구부터 갖추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 분들에게, 본격적으로 유화라는 취미에 뛰어들기 전에 이 책의 일독을 권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