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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란란
  • 오늘도 쾌변
  • 박준형
  • 13,320원 (10%740)
  • 2020-06-19
  • : 416

[오늘도 쾌변] 이라는 쾌활한 장운동 비법을 연상시키는 제목만 보고는 하마터면 주제를 오해할 뻔 했다. 부제목으로 조그맣게 적힌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라는 표현과 쾌변은 어쩐지 너무 조화롭지 않아서 더욱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지은이 박준형 변호사는 서초동 로펌에서 막내변으로 일하며,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여느 노동자들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고 있다(라고 생각된다). 다만 다른 월급쟁이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매번 가지각색의 의뢰인을 상대하며 그들이 저질러놓은 사건의 뒤치다꺼리를 어려운 법률 용어를 써가며 대신 싸워줘야 한다는 점이다. 고객님의 기분도 생각해야 하고, 법학 전문 지식도 갖춰야하며, 로펌 보스가 물어오는 사건들을 제시간 내에 클리어 해야 하고, 상대 변호사와 판사 앞에서는 주눅들지 않는 태도까지 갖춰야 하니, 전문직이란 역시 아무나 되는 게 아니구나 라는 걸 느낀다. 


가장 인상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인 여장부 장사장의 이야기에서는 티비에서 흔하게 보이는 포스있고 간지나는 변호사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돈 앞에 찌질한 면모를 보일 수 밖에 없는 생계형 직장인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인간다운 모습에 위안을 얻는다. 프롤로그에서 지은이는 이 책은 위안이나 힐링을 주는 책이 아니라고 미리 밝혔는데, 오히려 본문에서는 나와 다를 바 없는 모습에 웃프기도 하며, 세상 사는 일이 누구나 다 힘들구나 하는 면에서, 요즘 유행하는 힐링을 주제로 한 어떤 책보다도 공감과 때로는 씁쓸함을 자아낸다. 


단순히 정의에 가득찬 법조인들의 사상과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아닌 [검사내전]이나 [판사유감]과 같은 책들을 권하고 싶다. 하지만 같은 인간으로서, 월급쟁이 변호사의 사생활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을 권할 것이다. 

 법조인이라는 아우라에 휩싸여 변호사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일까 궁금한 독자들에게, 변호사도 결국 똑같은 시름과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또 하나의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오늘도 경험치를 쌓아나가고 있을 박준형 변호사를 비롯한 젊은 ‘로(law)’동자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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