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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독서예요
  • 오두막
  • 윌리엄 폴 영
  • 12,420원 (10%690)
  • 2009-03-16
  • : 10,635

  지난번에 몇 번 광고에서 보기는 했으나 책을 사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는데 동료목사님이 감명깊게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는 말에 당장 구입하였다. 손에 든지 이틀만에 집중하여 다 읽을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끌리는 책은 참 시간이 없는 중에도 다른 많은 것들을 제쳐두고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과 신비가 숨겨져 있다. 
 

  오두막은 픽션이고 그 주제는 놀랍게도 기독교의 핵심을 다루고 있다. 삼위하나님과의 대화, 선하신 하나님이 어떻게 불의한 일들을 허용하시는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고통가운데 있을때에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라고 하는 지극히 오랫동안 제기되었던 질문에 대한 일종의 변증을 제삼자가 한 주인공의 체험을 대신하여 기록하는 형식으로 쓰여진 픽션이다. 
 

  주인공 맥은 아버지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것을 나름대로 극복하고 그대신 자녀들을 훨씬 더 사랑하는 아버지로 훌륭하고 평범하게 한 가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분주한 아내를 제외하고 자녀들과 함께 깊은 산속에 캠핑을 가는데 거기서 그의 사랑하는 딸 미시가 정신이상자인 연쇄납치범에 의해 잡혀가서 살해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맥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생각과 함께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자연스럽게 뒤따라왔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도대체 뭘하셨나요? 어디에 계셨나요? 그러나 몇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가슴의 상처는 수면 아래로 감추어졌으나 해소되지는 않고 그의 신앙도 점점 냉소적이 되어가고 습관화되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파파’라는 존재로부터 짧은 편지를 하나 받게 된다. 그 딸아이의 피묻은 치마가 발견되었던 그 오두막으로 오라는 말이었다. 오두막에 기어이 간 맥은 거기서 삼위하나님과의 상상할 수 없는 친밀한 교제를 나누고, 맥의 용서할 수 없었던 아버지와 화해하며 그가 깊이 감추어두었던 모든 분노와 엉크러진 마음들을 터놓고 치유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맥은 이 불가사이한 사건 앞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그는 이제 그에게 주어진 모든 일들과 인생들과 관계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상처의 오두막이 치유의 오두막이 된 것이다. 
 

  몇가지 면에서 참으로 흥미로왔다. 우선, 이런 종교성이 농후한 책이 어떻게 일반 서적의 베스트셀러 38주 1위를 차지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무명의 작가의 글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단시간내에 끌게 되는 것으로 보면, 때론 작품은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되는 것임을 알게 된다. 헤리포터시리즈가 발견되었듯이 말이다. 한국사회에서의 반응이 궁금해진다. 그래도 미국사회는 유신론적 사고를 하는 자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니 이것이 가능하지만 한국사회는 그렇지 못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저자후기를 읽으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저자가 이 글을 적을 때에 깊은 인생의 질문들을 기초로 일종의 작가로서의 영감을 기초로 한 것이기에 이런 반향이 일어났다고 본다.

  신학도로서 한가지 밝히고 싶은 것은 삼위하나님이 동시에 맥에게 나타나서 대화를 하는 부분은 좀 혼란스러웠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다. 성부는 흑인 여성으로, 성자와 성령은 아시아계로서 묘사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삼위하나님이 보이는 형태로 나타나셨다고 하는 것 자체가 성경의 입장과 다른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나님은 결코 볼 수 없고 하나님의 보이시는 모습은 성자에게만 해당되는데 삼위를 보이는 형태로 묘사한 것이 일종의 신인동형론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마저 거부된 성경의 입장에서 볼 때는 상당히 낮선 것이 사실이다. 물론, 책에서 묘사된 삼위하나님의 관계성에 대한 강조, 사람의 편견을 깨뜨리는 여러 진술들은 건전한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적으로는 오두막에서의 본격적인 만남 이전까지와 소설의 결론에는 참 많은 공감을 했으나 본격적인 만남의 기록들은 왠지 어색하고 생소하여서 어떻게 이 부분을 받아들여야 할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나님은 악의 시행자가 아니시며 선을 위해 악을 도구로 사용하시지도 않으신다는 점을 이 책은 분명히 하고 있다. 
 

  하나 아쉬운 점은 맥과 아버지와의 화해의 과정이 너무 간략하고 허술하다는 점이다. 그냥 아버지를 용서하는 것으로만 넘어가는 것은 이제까지의 상처에 비해 너무 단순한 것은 아닌지....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야기가 주는 큰 힘과 매력에 이끌려 처음부터 끝까지 숨죽이고 읽을 수 있었던 귀한 소설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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