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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독서예요
이문열씨의 글은 언제나 사람을 끌어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그의 글이 꼭 대중적이고 쉬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묘하게 그가 말하는대로 상위모방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서 그런가요...

언젠가 서점에서 책구경을 하다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선자리에서 다 읽은 적이 있지요. 이번에 <아가>를 읽으면서 플롯전개가 그 단편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전의 추억속으로 들어가는 구조말입니다. 이런 유사한 구조는 마치 우리가 탁월한 이야기꾼의 말에 매료되어서 그 이야기의 세계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신선함을 불러 일으킵니다. 저는 그러한 이문열이 가지고 있는 소설구조적 맥락이 우선 참 마음이 드는 것 같습니다.

당편이를 통해서 작가가 제기하는 물음은 5/60년대로부터 70/80년대 그리고 90년대까지 흘러온 세월들이 우리에게서 앗아간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물음인 것 같습니다. 겹겹의 동심원들이 해체되는 상황 속에서 결국 당편이를 감당할 만한 사회적 완충역이 사라진 시대를 우리는 살아간다는 아련한 그리움입니다.

우리 사회의 제 문제들-특별히 공동체해체의 과정들-이 당편이라고 하는 상징적 약자의 등장을 통해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저자의 문학적 상징부여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이 될만한 문제제기와 저자의 탁월한 이야기 솜씨에 의해 소설은 놀라운 상상력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지만 뭔지 모를 아쉬움을 이 소설은 남기는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의 부재처럼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가 아련거리면서 우리는 아무런 할말도 잃고 조금은 쓸쓸하게 조금은 자소섞인 웃음과 희미한 반성으로 새시대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고나 할까요.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그렇다고 유치하지도 않게 당편이로 풀어나온 우리 시대까지의 당면한 진실에 대한 저자의 탁월한 상상력과 문장력에 칭송을 보내며 오랜만에 이문열의 신작을 읽으며 참 좋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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