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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kwon76님의 서재
  • 바울서신에 나타난 구약의 반향
  • 리처드 B. 헤이스
  • 16,200원 (10%900)
  • 2017-09-15
  • : 417
작가들이 책 제목을 지을 때, 과거 어느 작가의 작품을 빗대어 짓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톰 라이트가 쓴 ‘마침내 드러난 하나님 나라’의 원제는 ‘Surprised by Hope’인데, C.S.루이스의 ‘Surprised by Joy’를 빗대어 지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일은 시를 쓰거나 글을 쓸 때도 일어난다. 과거 어느 작가의 작품의 중요문장이나 단어들을 직접 인용할 수도 있고, 간접적으로 언급할 수도 있다. 과거 작품(parent poem)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그 사상을 연속적으로 드러내든지, 대조하여 비틀든지, 여러 방식으로 저자의 세계속에서 재창조의 과정을 거쳐서 독자에게 전달된다.

신약성경을 읽다보면, 구약성경을 인용하거나 언급(allusion)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마태복음과 히브리서 같은 경우는 직접 인용문들이 많이 등장한다. 직접 인용만이 아니라, 단어들을 언급하거나 반향(echo)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신약성경에서 매우 중요한 배경은 구약성경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바울 서신속에서 구약성경의 메아리들이 어떻게 울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리처드 헤이스 박사(듀크대학교)의 이 작품은 1989년에 나왔는데, 성경을 상호본문성(intertextuality)으로 연구하는데 기념비적인 책이라 말할 수 있다. 바울서신에서 구약을 주변적 요소로 보던 학계의 입장(불트만 등)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저자는 “성경 내의 성경 해석”(inner-biblical exegesis)을 통해 구약성경을 재해석한 ‘성경해석자 바울’을 새롭고 보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빌 1:19의 상호텍스트 반향을 소개한다. 빌 1:19 ‘이것이 너희의 간구와 예수 그리스도의 성령의 도우심으로 “나를 구원에 이르게 할 줄” 아는 고로’ 이 구절을 읽었을 때 딱히 구약본문이 생각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저자는 욥 13:16과 연결한다 (“이것이 나의 구원이 될 것이다” 속이는 자는 그분 앞에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칠십인경).

욥기 13:27에 “당신은 내 발을 차꼬에 채우신다”다는 구절을 통해, 욥은 자신을 죄수로 묘사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욥은 자신의 의로움이 재판을 통해 나타날 것이라 말한다 (욥 13:18). 욥이 생각하는 하나님은 일시적일지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기소자들이 편에 계신 분이다.

그러나 바울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반대자가 아닌 보호자이며 신원하시는 분이시다. 그러므로 바울은 감옥에서 구조(구원)받게 될 것을 안다고 말한다. 바울은 그리스도의 사도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함으로 역경중에 기뻐할 수 있었다. 바울서신은 선 텍스트인 구약성경을 연결하여 새로운 의미들을 창출한다.

물론 신약성경에서 구약만이 유일한 배경은 아니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약성경을 구약의 빛에서 읽어야 함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근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성경주석과 성경신학 책들이 이러한 방법론으로 저술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설교자들은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바울은 구 텍스트와 신 텍스트 사이의 상호작용 안에서 구약의 이미지들을 필연적으로 비틀면서 새로운 의미들을 창출한다. 복음은 구약을 해석하고, 구약은 복음을 해석한다. 이 혼합된 해석은 바울 서신 내에서 은혜에 대한 표상을 산출하게 된다.”(256)

한 걸음 더 나아가 바울서신에서 구약성경을 교회론적 관점에서, 종말론적 관점에서 읽도록 인도한다. 기독론 중심으로 구약성경을 해석하는 것을 뛰어 넘어 공동체를 형성하는데 자신을 바치는 해석학을 제시한다. 그리고 종말론적 구원 드라마에 참여한 백성으로서 구약을 읽는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을 통해 경험적으로 알고 있던 성경해석의 이론을 정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하나님 말씀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이해하고 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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