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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디스 걸
- 버지니아 로버츠 주프레
- 24,300원 (10%↓
1,350) - 2026-03-04
: 4,520
#노바디스걸 #은행잎3기 #은행잎서재 #엡스타인 #버지니아로버츠주프레
650페이지를 모두 읽고 난 뒤 내게 남은 것은 그들에 대한 깊은 혐오와 끓어오르는 분노뿐이었다. 이번 달 서평단 활동을 통해 ’소아성애‘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룬 책 두 권을 연달아 읽게 되었다. 하나는 소설이었고, 다른 하나는 에세이였다. 역시나 현실을 다룬 에세이는 소설보다 훨씬 더 암담하고 지독할 정도로 비극적이었다.
저자 버지니아의 비극은 고작 7살 때, 친아버지의 성학대로부터 시작되었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아버지가 친구에게 딸을 넘기기까지 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끼리끼리‘였다. 아버지의 친구 역시 자신의 딸을 학대하고 있었고, 두 짐승 같은 자들은 서로의 딸을 교환하는 인면수심의 만행을 저질렀다.
딸이 태어나 기쁘다던 엄마는 아빠의 학대를 방관하며 결국 딸을 외면한다. 지옥 같은 가정에서 사춘기를 맞이한 버지니아는 스스로를 파괴하며 방황하기 시작한다. 탈선하는 딸의 모습에 질려버린 엄마는 딸을 시설로 보내 버렸고, 그녀는 그곳에서 또 한 번 정신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사투 끝에 시설을 탈출하지만, 거리로 나온 버지니아는 다시금 쉬운 먹잇감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집으로 돌아갔으나, 이번에도 그녀를 구렁텅이로 민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권유로 취직한 클럽에서 그녀는 마침내 맥스웰과 제프리 엡스타인을 만나게 된다. 기사를 통해 엡스타인의 이름은 익히 들었으나 맥스웰은 생소했다. 하지만 이 둘은 공생 관계였다. 맥스웰이 버지니아를 처음 발견해 엡스타인에게 제물로 바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 동안 입에 담지도 못할 끔찍한 학대를 견뎌낸 버지니아는 기회를 틈 타 타국에서 ’로비‘라는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그녀는 엄마로서 내면의 힘을 길렀고, 특히 세 번째 아이인 딸을 낳았을 때 그녀는 결심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싸우기로.
책의 중반부부터는 거대 권력과의 처절한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 상대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력과 권력을 쥔 자들이었다. 수년 동안 이어지는 좌절과 협박, 그 압박감은 읽는 이조차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버지니아의 의지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엡스타인은 단순히 고소한다고 해결될 상대가 아니었다. 그는 정부와 결탁한 권력가들의 비호 아래 있었다. 마치 계란으로 바위 치기 같았던 첫 싸움에서 그는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풀려나자마자 보란 듯이 어린 소녀들을 다시 유린했다. 그의 오만함과 자아도취는 정상을 벗어나 있었다. 법망을 비웃는 그의 모습에 허탈함이 느껴졌지만, 버지니아와 피해자들은 결코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 반복되는 인터뷰와 심문 속에서 트라우마를 끊임없이 마주해야 했던 그녀의 정신은 피폐해졌지만, 그들은 끝내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무너질지언정 거대 악의 범죄에 마침표를 찍고자 했던 그 강인한 여성들에게 깊은 애도와 존경을 표한다.
+ 책에는 끝내 실명을 기록하지 못한 ’전직 총리‘가 등장한다. 수많은 권력자의 이름이 공개되었음에도 그의 이름만큼은 남길 수 없었던 이유는, 이름을 올리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피할 수 없을 만큼 그의 영향력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변호사들은 알고 있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에서 권력의 거대한 벽을 느꼈다.
+ 버지니아는 sns 통해 ”결코 자살하지 않겠다“고 단언했으나,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회고록의 내용만 보면 타살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그녀가 적은 글에서 밝히지 못한 가정폭력이 실존했다. 남편 로비는 책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오랫동안 그녀를 폭행해왔고 결국 이혼에 이르렀다. 트라우마와 건강 악화, 그리고 믿었던 남편의 폭력까지 겹치며 그녀는 책이 완성될 때까지 간신히 버티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 합의금을 노린 ’꽃뱀‘이라는 비뚤어진 시선들은 피해자의 상처를 다시 한번 칼로 휘두르는 잔인한 짓이다. 거액의 합의금에 배 아파하기 전에, 그들이 잃어버린 평범한 삶의 무게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읽어 내려가는 내내 고통스러웠다. 그럼에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중간중간 독자들이 이 진실을 끝까지 지켜봐 주길 바랐던 그녀의 간절함 덕분이었다. 바라보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어둠 속의 아픔들, 우리는 이제 그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은행나무 @ehbook_ 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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