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닷가 앞쪽 멀리 편의점 불빛이 아른거렸다. 모래사장을 따라 꽤 멀리 에서 폭죽을 터트리는 청소년과 성인 사이의 남녀가 어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의 어깨에 이마를 기대고 있었고 그는 나의 어깨를 어르고 있었는데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는 듯한 손길 같았다.
맨발에는 모래가 느껴졌고 간혹 그의 발에 나의 맨발이 스치기도 했다.
멋진 음악도 없었고, 멋진 춤의 격식이나 방법도 없었다.
춤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그저 제자리 걸음 같은 몸짓 이였다.
편안했지만 설레던 그 순간의 밤과 바다를 아직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달빛에 비친 그의 모습이 보였다. 숨이 멎었다. 그냥 잘생긴 것이 아니라 영화배우처럼 잘생긴 남자였다. 짙은 금발, 곧은 콧날, 마지라면 천상에서 온 섹시남 이라고 말했을 것이다.
"나는 겨우 이등병이었어" 그가 말했다. "실망스러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남자의 무엇에 내가 실망할 수 있겠는가.
" 하지만 나는 " 그가 말을 이었다. "파티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저녁 시간을 구출하는 법은 알지"
그는 일어서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손을 내밀었다. "이번 춤은 저와 추시겠습니까?"
"여기에서요?"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 아, 기다려." 그가 다시 앉자 실망감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이 남자와 함께 춤을 출 생각도 없었으면서. 춤을 춘다면 미친 짓이겠지. 이름도 모르는데. 그는 허리를 숙였고, 나는 그가 구두끈을 끄르는 것을 보았다. 구두를 벗고 나서는 양말도 벗었다. 그의 발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그의 발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났다. 그 발을 쳐다보는 것은 너무 뻔뻔한 짓 같아서 나는 시선을 돌렸다.
" 네 발가락을 부러트리고 싶지 않아서 그래." 그가 말했다. " 내가 춤을 아주 잘 추지는 못하거든."
<그 여름의 거짓말 65,66P >
가끔씩 우리의 발목과 발가락이 서로 스쳤다. 그것이 그때까지 내게 일어났던 일 중에서 가장 생생한 경험처럼 느껴졌다. 나는 뜨겁고 어두운 밤의 일부였다. 밤은 온통 숨소리와 공기뿐이었다.
나는 온통 촉감뿐이었다.
나는 모든 것을 세세히 다 기억해야 했다. 그의 발목. 그의 손가락. 그의 뺨에 난 황금색 수염자국.
그다음에는 춤추는 것 외에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나는 생애 처음으로 춤을, 진짜 춤을 추고 있었고, 한 사람의 몸과 다른 사람의 몸이 부딪치는 춤이라는 것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여름의 거짓말 67P >
#2. 나는 그날 그 밤바다 모래사장 어디에선가 진짜 춤을 추었었다.
발끝의 모래 촉감. 그의 어깨의 온도. 정수리 위를 스치는 숨결까지.
나도 온통 촉감뿐이었다.
나의 삶 중에 진짜 춤을 추었던 그 순간은 그 때 뿐이였다.
이후에 노래방과 클럽에서 보였던 수많은 몸짓은 잊겠다.
#3. 언젠가 다시 진짜 춤을 한번은 더 추고 싶다.
기왕이면 오키나와 어느 해변 이였으면 좋겠고, 노을이 근사했으면 좋겠다.
흰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의 어깨나 손을 잡은 손에는 주름이 생겼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진짜 춤을 추고 싶다.
#4. 그날이 오면 나와 함께 춤춰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