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뉴스에서 종종 눈에 띄는 '시사저널 사태'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기자들이 책을 냈다. 한국 언론에서 시사저널이 차지하고 있는 독특한 위상을 고려하면 이런 책이 이제야 나온 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기자들이 파업으로 손이 비어 원고 쓸 시간이 생기지 않았다면 출간되기도 어려운 책이었다니, 씁쓸할 뿐이다.
시사저널 사태는 2006년 6월19일, 삼성 이학수 부회장의 인사 전횡 의혹을 다룬 경제면 기사를 발행인이 삭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후 이에 저항하는 기자들에 대한 감봉과 징계, 노조 출범, 그리고 회사측의 각종 명예훼손 고소로 이어지고 있다.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며, 언제 마침표를 찍을지 모른다.
다만 회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음에도 비상근 편집위원들을 통해 여전히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 물론 예전과 전혀 다른 잡지를 만들고 있다.
시사저널 사태, 그리고 89년 창간 이후 시사저널이 걸어온 길에 대한 전현직 기자들의 회고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이해하는데 많은 정보를 준다. 어느 정도 자화자찬도 담겨 있지만 넘어갈 수 있는 이유다.
일간지와 경쟁하면서, 그러나 한편으로는 차별화하기 위해 기자들이 한 사안을 취재하고 기사를 작성하는 방식,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 등은 언론 매체라는 '공장'의 공정 시스템을 다각도로 보여준다. 1994년 7월 김정일 주석 사망 이후 후계자 김정일이라는 인물을 다루는 법(김정일은 '미친' 사람인가? 아니면 열강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권력을 승계받고 지켜나가는 영리한 자인가? 현장의 현실과 부정확한 편견의 차이 속에서 기자는 무엇을 써야 하는가?), 김대중 정권 시절 여당의 언론대책 문건 보도를 통해서 보는 기자의 가치판단 문제(무엇을 보도해야 하는가?) 등등. 이 과정에서 나오는 취재 뒷얘기는 쏠쏠한 이야깃거리다.
물론, 파업에 직장폐쇄에 기자들이 빠진 채 잡지가 버젓이 발간되어 나오고 있는 현실의 씁쓸함을 잊게 하기에는 부족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