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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의 지평선
  •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
  • 세르주 알리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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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31
  • : 96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 만행에 대해 세계는 규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지도자들의 발언, 러시아에 대한 강도 높아 보이는 경제 제재, 각종 보이콧 운동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세계가 같은 마음일까? 러시아가 악당이고, 우크라이나는 피해자고, 이런 서구의 태도가 세계의 정의일까? 민주주의와 독재 지지자에 대한 구분이라는 거대한 싸움 아래에는 어떤 정치적 물줄기가 흐를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2년 4월호는 위와 같은 주제들을 주로 다룬다. 요즘 NYT 와 Economist를 주로 읽는데, 르몽드는 보다 은밀하고 복잡한 세계와 정치의 뉘앙스를 다룬다는 점에서 분명 읽을 가치가 있다.


아래 글에선 흥미로웠던 주제들에 대해 짧게 다뤄봤는데, 관심있는 키워드만 살펴봐도 좋을 것 같다. 가끔 기사도 무료로 풀리는데, 인스타 참고해서 천천히 관심도를 높여가는 것도 좋다. (@lediplo.kr)



언론의 영향력에 대한 생각

새삼스럽지만, 언론은 아젠다를 설정하고 여론을 형성한다는 것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치 지도자의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발언 자체가 정당이나 국가를 대변한다는 점에서 편향된 시각을 전달할 수 있다. 예컨대 '젤렌스키가 이렇게 말했다', '젤렌스키가 no-fly zone을 설정해달라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달라고, 군사적 지원을 보내달라고 요청한다'라는 기사를 자주 접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영웅이고 정의고 기준이라고 '느끼게' 된다. 그럴수록 상황의 복잡한 역사적 정치적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 르디플로 읽으면서 느낀 건 '지식이 힘'이라는 거다. 지식이 만드는 이해가 있어야 언론이 풀어내는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러시아 제재에 대한 서구 사회의 윤리적 정당성

| 윤리적 열정은 위험천만한 나침반이다.


언론에 대한 고민과 함께 '윤리적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부분이 특징적이다. 먼저 침략의 전과자인 서구인들이 오늘날 그 범죄에 대해 분노하는 모습은 위선적이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EU 27개 회원국 중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15개국이 이라크 침공에 힘을 보탰다.


둘째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유럽적 가치'를 집요하게 옹호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려할 때 다소 모순된다'. 우크라이나의 민주주의 지수는 167개국 중 86위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가 혼합된 형태다(이코노미스트 민주주의 지수). 여담으로 2014년 우크라이나 정규군에 편재되어 현재 최전방에서 활약하는 '아조프대대(네오나치계열 극우민족주의)'는 전쟁범죄에 깊이 연루된 조직이기도 하다. 


셋째로 언론 통제와 프로파간다는 러시아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서방 국가권력은 합법적으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제하거나 압박하려 하며, 서방 언론은 우크라이나의 소식을 검증 없이 중계한다. EU가 러시아의 국가적 보도가 SNS 등에 게재되는 걸 금지하자 크렘린도 서방 언론사들을 폐쇄하고 글로벌 SNS 플랫폼들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굳이 언급되지 않는' 역사적 정치적 현실은 그저 기존 세계관에 더해지는게 아니다. 누락된 진실에 스포트라이드가 비출 때 우리는 관점을 리모델링한다. 지식은 맥락과 함께 따라오고, 또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호의 많은 기사들은 특히 서방세계의 인권, 평화, 민주주의 같은 개념들이 사실 '상상의 질서'이며 명분에 불과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관련기사: 우크라이나에 흔들리는 프랑스 대선, 주권 딜레마에 직면한 유럽, 서방 언론 우크라이나의 '가짜 뉴스'에 눈 감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와 '거짓 깃발')



핵전쟁의 위협

| "핵강국은 자국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이익을 수호하면서도, 적이 치욕적인 패배와 핵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대결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핵무기는 사실상 '비사용 무기'이지만, 가능한 절멸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 세계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라는 요구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선을 잘 지키고 있다. No-fly zone 설정은 사실상 러시아 항공기를 격추한다는 의미고, 이는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킬 수 있다. 나토군의 직접적인 우크라이나 지원도 마찬가지다. 유럽 국가들의 열성적이면서 행동에 미적지근한 태도는 자국의 안보를 위한 선택인 동시에 핵 분쟁으로 변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관련기사: 우크라이나에 흔들리는 프랑스 대선, 유럽 핵전쟁의 위협, 그리고 푸틴은 폭탄을 흔든다)



한국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유럽과 러시아의 속사정을 알아갈수록 한국인으로서의 태도가 명확해진다. 북한과 국경선을 맞대고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국은 서방 진영을 택하지만 국경에 인접한 유럽 국가들과는 그 관심도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고, 달라야 한다.** 한국은 유럽 국가들만큼 직접적인 군사/에너지 안보에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반면 러시아에 진출해 생산공장과 현지법인을 세운 기업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은 무작정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기사만 발표할 것이 아니라 국제정치와 여론의 가시밭길에 놓인 국내 기업의 어려움도 전해야 하지 않을까? 러시아에서 철수한 애플과 달리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스마트폰(점유율 34%), 가전제품, TV, 반도체 칩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현대차그룹도 러시아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애플 등 러시아 철수하는데…韓 기업들 '어쩌나')



중국의 입장은?

놀랍게도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과 단절되면 득보다 실이 많다고 한다. 한편으론 전세계 반서방 세력(=UN총회 러시아 규탄 성명서 찬성하지 않은 국가들)이 크게 약화하는 것도 우려한다. 러시아의 경우 중국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출3% 수입2%에 불과하지만 힘의 균형상 파트너십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침공은 전 세계 반러동맹을 만들었고, 중국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관련기사: 지정학적 균형주의)



분쟁이 프랑스에 미친 영향

프랑스 월간 시사지로서 그곳의 정치 소식도 흥미롭게 읽었다. 프랑스는 지금 대선 시기인데, 이번 분쟁으로 인해 중도 정당의 마크롱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국정 성적은 우울하지만 외교적 노력이 이목을 집중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에 흔들리는 프랑스 대선>은 이 외에도 푸틴의 침략동기, 우크라이나 참사의 여파,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이, 자유의 수호가 더 절실한 프랑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재밌어서 먼저 읽어보길 추천!


둘째로 난민 문제다. 프랑스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적극적으로 맞이하고 있다. (다른 난민들에게는 고려해본 적도 없는) 후원 사이트도 만들고, 시리아 난민의 3배에 달하는 인원을 한 달 간 받았다. 당시 정치 지도자와 언론은 '정원 초과' 라며 비상을 외쳤으나 지금 동요란 찾아볼 수 없다. 대선을 앞에 두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마치며

이번호 특집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평화인 만큼, 관심있는 사람은 읽어보면 좋겠다. 러시아의 침공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이해하고, 유럽(특히 프랑스와 독일), 미국, 중국 등은 어떤 갈림길에 서있는지, 어떤 내적 갈등을 겪고 있는지에 대한 감을 잡게 해준다. 


- 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윤리적 열정은 위험천만한 나침반이다.- P24
"핵강국은 자국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이익을 수호하면서도, 적이 치욕적인 패배와 핵전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대결만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이다."- P25
오히려 NATO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강력한 이웃국을 억제할 수 있는 충분한 군사적 수단을 갖추도록 허용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다.- P23
(...) 저소득층과 블루칼라, 20대 청년들에게서 등을 돌린 것도 집권세력이었다. 촛불혁명의 도도한 기세에 기대어 집권하고서도 구세력 청산에만 몰두 한 채 자신들의 내로남불식 측근 인사, 독직, 부패, 추행 등 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했던 것이 윤석열의 ‘정치본능‘과 수구야당의 ‘복수혈전‘ 의식을 자극했고, 집권세력에 실망 한 이들의 계급배반적인 투표에 뒤집히고 말았다고 봐야 한다.- P9
"예술에는 국적이 없지만, 예술가에게는 국적이 있다."- P5
우크라이나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주주의‘와 ‘유럽적 가치‘를 집요하게 옹호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정부패를 고려할 때 다소 모순된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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