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 코드를 아주 재미나게 읽었던 것이 몇년전이다. 정말 쉴새없이 말그대로 숨도 안쉬고 흥미진진한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던 것이 생각났다. 그때는 서양 미술에 대해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던 시절임에도 그 책을 굉장히 진지한 태도로 다루었었다. 그 후 작가에 대해 알아보고 그 이전의 책에대해 알아 보고나서 천사와 악마가 다빈치 코드 이전에 출간되었던 책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읽어 봐야지 하고선 읽지 않고 미뤄둔 것이 바로 지금에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천사와 악마 역시 로버트 랭던이라는 기호학자가 주인공이 되어 사건을 풀어나가는 내용이었다. 다빈치 코드와 마찬가지로 전형적인 구조를 가진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고 끝의 반전이 있음 역시도 그렇다.
처음 책을 읽어내려 갈때에 그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다빈치 코드를 읽고 나서인지 그럴지 몰라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운 소재임에는 틀림없었다. 요즘 르네상스 시기에 과학과 종교의 충돌이라는 내용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었던 나에게는 천사와 악마의 주된 이야기가 과학과 종교의 대립에 관한 내용이어서 내가 인상깊게 주시하고 있던 내용이었기 때문인지 자물쇠와 열쇠처럼 딱 들어맞아서 읽는 내내 반가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특히나 과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나에게도 그렇게 이질감이 들지 않아 좋았던 것 같다. 확실히 과학적인 용어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없지않아 있지만 미술적인 부분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어서 다행이도 끝까지 읽어나가는데에 도움을 주었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고 있기 때문에 서양 미술에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건축이나 조각에 대해서도 회화뿐만 아니라 애정을 버릴 수 없고 마음이 이끌리는 것을 멈출 수 없는데, 로마의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특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가 있는 성당이어서 더욱 더 관심이 간다.) 뿐만 아니라 여러 성당이 가지고 있는 넋을 잃게 만드는 건축들과 여러가지 장식들, 아름다운 조각품들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 그런데 이러한 예술작품들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고 풀어나가는 주된요소가 되어 더욱 더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베르니니라는 작가에 대해 솔직히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위대한 조각가이며 건축가라는 것을 천사와 악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차근차근 보고 있자니 눈에 익는 작품도 일부분 있어서 반갑기도 했고 어떻게 이러한 작품을 만들어 내고 창조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천재라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다가가기에 어려운 존재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랬다.
특히 인물들 사이에서의 갈등과 대립은 종교와 과학이라는 두가지 요소에 의하여 나타나게 되는데, 두가지 견해에서 보이는 다른 관점들이 나에게는 생소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솔직히 둘다 내가 관심있고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다. 그런데 르네상스 시기에 과학의 엄청난 발전으로 신을 숭배하는 종교에게 있어서 그것은 신을 거부하는 행위였다. 그래서 둘 사이에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전쟁에 까지 이르게 되는데 그 사이에서 과학자 집단은 살아남기 위해 만들었던 조직이 일루미타니라는 조직인다. 천사와 악마에서는 바로 그 조직이 현대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일루미타니라는 조직에 있는 최고위층 간부들이 굉장한 유명인사라는 것인데 우리가 주로 들어봤고 알고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 집단에 소속해 있어서 놀라웠고 신기했다. 나중에 밝혀지지만 이 조직은 소설의 등장인물이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리지만 이러한 집단이 있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떤 집단들 사이의 갈등은 반드시 두가지로 정의될 수 만은 없는 것 같다. 특히 종교와 과학에서도 그렇다. 반드시 두가지의 관점에서 사람들은 생각 할 수 없듯이 여러가지 의견의 차이에 의해서 새로운 집단은 생겨나고 사라지고 하는 것 같다. 여기서 또 주목할 만한 점은 두가지 영원히 같이 갈 수 없는 종교와 과학을 하나의 개념으로 보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사람이 주요한 인물로 낙인이 되어 살해 당하기는 하지만 다른사람이 생각하지 않는 새로운 관점에서 화해와 합일, 통일을 주장하는 그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고 본다. 한번 쯤은 다른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천사와 악마는 이렇게 좋은 점이 많다. 읽어 내려가기에 불편함도 없고 어느정도의 흡입력도 있다. 중간중간의 보충 삽화들도 이해하는데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편리하다. 특히 일루미타니의 상징인 흙 물 불 공기에 대한 상징이 대칭을 이루는데 이 그림이 실려 있어서 알파벳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어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나만이 그렇게 생각할지는 몰라도 약한은 뻔히 보이는 범인의 정체이다. 솔직히 완벽하게 살인자를 파악하기란 어려운 점이 많은데 여기서는 조금씩 윤곽이 뚜렷하게 잡혀나가서 약간의 긴장감은 떨어졌던 것 같고, 살인자에 대한 설명이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그냥 그 등장인물은 소설에서 이성과 감정에는 동떨어진 미치광이에 불과하다. 그래서 약간 쌩뚱 맞고 어색한 부분이 있던 것 같은데, 랭던과의 대립씬에서 왠지모르게 대화나 격투나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직 표현하는데에 어려움이 있고 서툴어서 정확하게 꼬집어 내기에는 부족함이 많아 이 느낌을 글로 쓰지 못하는거에 아쉬울 뿐이다. 랭던이나 여주인공의 특기는 문제를 풀어나가는데에 중요한 열쇠가 되긴 하지만 끼워맞추는 것 같은 이질감도 있고 그랬다. 여기에 꼭 이러한 설명이 필요한가? 라는 물음도 가지게 되고 다빈치 코드 이전의 작품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만족감을 주기에는 대체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이러한 미술관련 추리소설류는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에 역시나 재미있었고 앞으로도 이런 내용의 소설은 멈추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