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을 읽었던지라, 이 책도 기대했다. 읽으면서 오바마의 성장환경과 인간됨을 알고,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 , Dreams from My Father>을 보고 싶단 맘이 생겼다.(원서가 있으니 원서로 봐야겠지?*!) 노무현의 자살에 대해서 언론은 마지막 승부수라 했는데, 이 책을 읽어보면 그럴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선택이었음을 알게 된다. 마치 제가 죽을 걸 알면서도, 바다를 건너게 해주던 거북이를 독침으로 찌른 전갈처럼 피할 수 없었음을.
노무현을 좋아했고, 임기를 마친 대통령을 만나러 사람들이 봉하마을로 향한다는 뉴스를 듣고 나도 한 번 가볼까? 생각도 잠시. "포괄적 뇌물 수수 혐의" 뉴스에 혀를 차면서 나라가 어떻게 되려나-,-;; 했었는데, 청천벽력의 소식이 들려왔다. 이후 방송에서 故 노무현을 어떻게 포장했는지 모르겠다. 굳이 방송과 책에서 쏟아내는 후일담을 찾지 않았다. 살아서 욕먹는 사람도 죽어서는 나쁜 말 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조상들의 미풍양속(?) 아닌가 싶어서. 그러다가 이 책이 내 손에 들어왔다.
<심리학자,,,분석하다>에서 익히 들어왔지만, 역시나 사람 사회생활하는데 어릴 적 경험은 절대적이었다. 부모에게 사랑받은 경험, 아버지-어머니의 관계, 외부 환경에 대한 부모들의 해석과 울타리 역할이 한 인간의 성격과 심리건강을 결정짓는다. 건강한 유년시절을 보낸 개인은 성장해서도 올곧게 크고, 시련을 맞아서도 쉽게 꺽이지 않는다는 예시를 보여준다. 문득 예전에 읽은 < 내 유년시절에 대한 황금빛 추억> 라즈니쉬/류시화 옮김,1990,청맥. 이 떠올랐다. 20세기의 성자 라즈니쉬도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황금빛 추억이었다고 말한다.
오바마가 유색 인종으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기까지 역경과 극복 스토리도 흥미롭지만, 노무현의 대통령으로 가는 계단도 만만치 않았다. MTBI 유형분석으로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탐구하는데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정말 유용한 도구라 하겠다. 우선 내 경우(INTJ)에 비춰봐도 잘 들어맞으니 딱히 의구심을 갖고 책을 대하는 근심은 없었다. 요즘, 심리치유 에세이 류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상담-치유 사례를 살펴보고 이론적 근거를 탐구하는 것보다 이렇게 이 시대의 인물을 분석하여 건강한 모델을 제시하고 본보기로 삼는 것이 어쩌면 한결 도움이 될 것 같다.
제 6장 대통령 자리는 축복인가 저주인가/ 인간 노무현의 고통에서 50쪽 분량(책의 1/5)을 할당하여 대통령 인생 역정을 설파한다. 이를 두고 노무현에게 무게중심이 옮겨져서 오바마가 홀대받은 거 아니냐(=옵션이냐)고 볼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직 수행할 때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과정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생략할 수도 대충 넘어갈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제대로 평가하려면 마지막(=무덤)을 보아야 한다는 옛말도 있지 않던가. 우리는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잃고 나서야 ’소중했구나’라고 가슴을 치는 경우가 있다. 이번 경우라면, 국민이 노무현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다.
2000년도 선거에서 떨어지고, 현재 희망제작소를 꾸리고 있는 박원순에게 보낸 편지에 심정을 밝힌 부분을 보자.
일제 시대부터 형성된 ’올바른 주장과 행동은 결국 불이익을 가져온다’는 인식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또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말을 만들어냈습니다. (....) 저는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열주의와 불신풍조에 정면으로 맞서서 성공한 사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189쪽)
"정의가 이기는 성공사례" 만들기가 노무현 인생의 최종목표가 되었고, 2002년 대통령 출마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했던 말을 했던 사람은,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220~221쪽)
글쓴이의 분석에 따른 감정이입 부분.
노무현은 보통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 착한 사람이 더 이상 좌절하지 않는 세상을 활짝 열고 싶었다...그런데 그 일은 실패로 끝났다...아! 내 인생의 남은 시간들을, 남은 에너지를 깡그리 바쳐 ’정의가 승리하는 그날’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제 기회조차 없는가. 도전조차 해볼 수 없단 말인가.(221쪽)
이 부분에서, 나는 중원정벌을 실패하고 연이어 침략한 당군을 몰아낸 후, 마상(馬上)에서 숨을 거두어야 했던 연개소문의 여한(餘恨)을 떠올렸다. "하늘님, 언제쯤 저에게 중원 도모의 기회를 다시 주시겠습니까?" 처절한 목소리가 허공으로 솟아나더니 마상에서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대제국 고구려. 6- 357쪽)
참고: <연개소문 7>행림.1997-2006.유현종. <대제국 고구려 6>아침나라.2000.유현종. <새로 쓰는 연개소문전>추천.
이 책을 읽으면서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서 출간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수완만 따라준다면 능히 그렇게 했을 텐데..아쉽다.~